용광로 못 멈추는 광양제철 폭염 속 풀가동…휴가도 나눠 실시
'폭염 반가운' 삼성전자 에어컨 생산라인…수요 늘어 잔업 실시 검토
2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직원들은 폭염보다 더 뜨거운 용광로 앞에서 24시간 더위와 싸우며 산업현장을 꿋꿋이 지키고 있다.
삼복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두꺼운 방열복으로 무장한 근로자들은 용광로가 토해 내는 1500도 안팎의 시뻘건 쇳물 앞에서 밤낮으로 열기와 맞서고 있다.
선박·자동차용 강판과 각종 건설 현장에서 쓰이는 열·냉연 강판 등을 생산하는 이곳 현장은 연중 후끈한 열기 때문에 폭염과 열대야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광양제철소는 폭염보다 더 뜨거운 열기와 사투를 벌이는 직원들의 몸을 식혀주고 원기를 불어 넣어 줄 다양한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건강관리 수칙을 배포하고 자체 폭염경보 발령을 통해 열사병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 시키고 있다.
'물·그늘·휴식'을 적극 권장하고 각 작업장 마다 대형 냉풍기를 설치해 열기를 쫒고 냉온수기를 설치해 시원한 물과 얼음, 수박 등을 수시로 제공하고, 생체 리듬 유지를 위해 냉각조끼 착용과 식용 포도당 섭취도 권하고 있다.
광양제철소 관계자는 "폭염주의보가 발효되면 근로자들을 충분히 쉴 수 있도록 휴식시간을 제공하고 근무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해 운영하고 있다"며 " 이번주 대부분 사업장이 집단 여름휴가에 들어갔지만 제철소는 연중 용광로 불을 끌 수 없어서 휴가는 부서 별로 나눠서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수 국가산업단지에 소재한 대규모 석유화학업체인 GS칼텍스 근로자들도 원유를 정제해 각종 유류를 생산하느라 밤낮으로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불가피하게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충분한 물과 식염수정을 제공하고 사전 안전조치를 철저하게 수립한 후 근로자를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작업 중간 중간에는 충분한 휴식을 위해 오전 10시부터 10시30분, 오후 3시부터 3시30분 각각 2차례 휴식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열사병 예방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근로자들이 더위를 식히며 일할 수 있도록 냉음료와 그늘진 휴게 공간, 에어컨이 달린 컨테이너를 제공하고 있다.
광주 하남산업단지에 소재한 삼성전자 광주공장은 이번 폭염이 싫지 만은 않은 사업장 중 한 곳이다.
광주공장에서는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을 생산 중인 가운데 지난 1994년 이후 역대급 폭염이 지속되면서 에어컨 수요 증가로 잔업실시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1일부터 '주 52시간 단축 근무제' 시행으로 대부분 생산라인은 하루 8시간 주간 근무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무풍 에어컨' 생산라인만 주·야간 2교대로 가동되고 있다.
에어컨 생산라인은 찜통더위의 영향으로 늘어난 수요 물량에 대응하기 위해 주중 8시간 근무체계에서 하루 2시간씩 추가 잔업 실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삼성광주공장은 오는 10일부터 15일까지 전체 생산 라인을 올스톱하고 단체 휴가에 들어갈 예정이다.
광주지역 최대 사업장인 기아자동차와 금호타이어도 작업 능률 향상을 고려, 집중되는 찜통더위(혹서기)를 피해 '집단 여름휴가'에 돌입했다.
기아차 광주공장은 7700여명의 전체 직원들이 앞뒤 주말을 끼어 지난달 28일부터 오는 5일까지 최장 9일간 하계휴가에 들어갔다.
중국 타이어기업 더블스타를 새 주인으로 맞이한 금호타이어도 광주·곡성공장 임직원 4000여명이 단체협약에 따라 휴가비 50만원을 지급받고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여름휴가에 돌입했다.
작업현장이 외부로 노출돼 폭염에 취약한 지역 대표 조선업체인 영암의 현대삼호중공업도 더위를 피해 지난달 27일부터 오는 5일까지 집단 여름휴가에 들어갔다.
광주 하남산업단지 입주 기업 대부분도 폭염을 피해 이번 주부터 여름휴가를 실시할 예정이다.
근로자 50인 이상 70개 업체 중 63개사가 이번 달 휴가를 실시한다. 지난해 5일 이상 시행 31개사(44.2%) 대비 대폭 증가한 수치다.
휴가 시행 업체는 늘었지만 하계휴가비 지급 업체는 지난해 보다 크게 감소했다. 휴가비를 상여금의 50∼100% 지급하는 업체는 11개 업체(15.7%)로 나타났으며, 격려금으로 지급하는 업체는 13개 업체(18.5%)로 조사됐다.
올해 하계 휴가비 지급을 아직 확정하지 못했거나 지급하지 못하는 업체는 전체의 58.5%인 41개 사로 나타나 최근 경기 불황을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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