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압박·동맹 관세, 美불리한 질서 개조하려는 첫 단계"
"현존 제도 무너지면 힘의 우위서 개별 협상 추진"
"中전문가들, 美 대항하는 공격적 전략 대신 새로운 대협상 준비해야 "
마크 레너드 유럽외교관계협의회(ECFR) 회장은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조장하고 있는 무역 분쟁은 미국에 불리한 국제 질서의 판을 뒤집기 위한 첫 단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레너드 회장은 트럼프를 무모하고 예측불가하며 자멸적인 인물로 여기는 대다수 서방 전문가들과는 달리 아시아, 특히 중국에선 책략가로서 그의 역량을 높게 평가하는 시선이 많다며 이 같이 강조했다.
그는 중국 관료와 지식인들 사이에 사실 트럼프 대통령의 주된 관심사는 상호 무역 적자 재균형이 아니며, 미국의 입지를 제한하며 중국의 부상을 용이하게 하는 현존 국제 질서를 개조하는 것이라는 경계가 높다고 전했다.
그는 허야페이(何亞非)) 전 중국 외교부 부부장의 말을 빌려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해 국제사회에의 전략적 경쟁은 이제 '뉴 노멀'(새로운 정상)이 됐다며, 현재 나타나고 있는 무역 전쟁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질서가 미국에 유익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상대적인 관점에서 볼 때 미국보다 다른 나라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상대적 쇠퇴'(relative decline) 문제를 다루려고 한다는 분석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단순히 대중 무역 적자를 해결하려 했다면 미국의 동맹들까지 관세 표적으로 삼는 대신 유럽연합(EU), 일본, 캐나다 등과 중국에 맞서 제휴하려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억제하고 중국의 부흥을 가능케 할 뿐인 동맹 구도와 국제 제도에 미국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상당한 출혈을 감수해 왔다고 느끼기 때문에 '창조적 파괴'를 택했다고 분석했다.
레너드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단 현존 질서가 무너지면 두 번째 단계에 착수해 다른 나라들과 미국의 관계를 재협상하려 할 것이라고 중국 엘리트들이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력이 다소 쇠퇴했더라도 미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이기 때문에, 강자의 비용 부담으로 약자의 힘을 키우는 다자 제도를 벗어나면 힘의 우위를 갖고 하나씩 차례차례 다른 나라들과 협상을 할 수 있을 거란 설명이다.
레너드 회장은 트럼프의 주요 표적이 되고 있는 중국의 경우 트럼프의 무역 공격에 맞불을 놓고 EU, 일본, 한국 등과 반트럼프 다자 전선을 구축하는 단기적 대응을 하고 있지만 장기적 전략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의 많은 전문가들이 시진핑(習近平) 정부가 미국에 경제군사적으로 대항하거나 과잉 수출로 다른 나라 경제를 저해하는 공격적 전략을 거두고, 내수 시장 성장에 집중하며 미국과의 새로운 대협상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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