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24일 잇따라 유동성 확대에 위안화 절하시켜
기업 도산·경기 둔화·금융 불안 방지 목적인 듯
FT "위안화 약세 심화돼 미중 갈등 고조될수도"
중국 인민은행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타격이 예상되는 국내 경기를 떠받치기 위해 시중은행에 직접 유동성을 공급했지만, 이처럼 대대적으로 위안화 자금을 풀 경우 통화 약세가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도 24일(현지시간) 중국의 이 같은 통화 완화 정책이 위안화 약세를 심화시켜 미국과의 갈등을 키울 소지가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중국은 위안화 가치를 올해 들어 5% 넘게 떨어졌다. 따라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위안화 가치 하락을 불공정한 무역 관행으로 규정하고 있다. 중국이 무역경쟁력을 위해 의도적으로 위안화를 절하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트위터를 통해 "중국과 유럽연합(EU), 다른 이들은 자신들 통화를 조작하고 기준금리를 낮췄다"며 "그런데 미국은 달러가 날이 갈수록 강세가 되고 있는데도 금리를 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도 인터뷰에서 중국 위안화 약세를 주시하고 있으며 위안화 환율이 조작됐는지를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오는 10월 반기 환율 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의 금리 인상과 무역 전쟁 우려로 경기 침체 위험이 커졌다는 판단에 따라 위안화 절하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중국 인민은행은 최근 기업들의 자금난으로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급증하자 시장에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대출은 물론 지급준비율 인하와 위안화 가치 절하 등의 수단을 총동원하며 경기를 방어하고 있다. MLF는 시중의 유동성 경색이 우려되는 경우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국채 등을 담보로 시중은행에 자금을 대출해주는 제도다.
인민은행은 지난 23일 1년 만기 5020억 위안(약 83조4900억원) 규모의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를 통해 시중은행에 자금을 대출했다. 23일은 만기를 맞는 MLF 대출이 없는 날이어서 이번 대출은 예상치 못한 움직임이었다. 인민은행은 통상 MLF 대출 만기일에 유동성 지원을 시행한다.
인민은행은 24일에도 위안화 기준치를 1달러=6.7891달러로 설정 고시했다. 이는 전날 위안화 기준치 1달러=6.7593위안 대비 0.0298위안, 0.44% 절하한 것이다. 8거래일 만에 오른 기준치는 하루 만에 다시 내렸다. 주말 위안화 기준치 7거래일 연속 절하하면서 2017년 7월 이래 1년 만에 저가권으로 주저앉았다.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은 6.7%를 기록해 2016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학자들은 각종 악재로 향후 중국의 성장세가 더욱 둔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 불안도 심화되고 있다. 중국에서 인터넷을 통해 투자자와 대출 수령자를 연결해주는 P2P 대출업체는 6월 초부터 150개 이상 도산했다.
인민은행의 이번 유동성 공급은 중국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23일 상하이종합지수는 전거래일보다 1.07% 오른 2859.54로 마감했다. 선전성분지수는 0.68% 상승한 9314.29, 차이넥스트는 0.71% 오른 1620.97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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