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장 무너진 '압구정 교정' 피해자들…카드할부금 어떻게?

기사등록 2018/07/15 08:00:00

병원 '정상영업' 버티기…카드사 '항변권 수용' 어려워

카드사, 당국 판단 기다리는 중…우선 항변권은 접수 중

"항변권, 최대한 빨리 접수해야 유리"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서울 강남구 압구정에 있는 한 치과 입구. 해당 치과 환자들은 진료 과정에서 사기 혐의가 있다는 취지의 고소장을 5월 중순부터 서울 강남경찰서에 잇따라 제출하고 있다. 2018.05.30 s.wo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압구정 교정치과' 피해자가 1000명을 넘어섰다. 경찰은 두달여 수사 끝에 치과 원장을 사기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여전히 피해자 환불 및 보상문제가 남아있다. 치아교정이 수백만원에 수년이 소요되는 치료다보니 카드할부로 끊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카드결제한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더이상 카드 할부금이라도 빠져나가지 않게 막아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할부 항변권' 청구러쉬, 과연 수용될 수 있을까?

◇'압구정 교정' 사태, 문제는?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서울 강남경찰서 홈페이지 초기 화면에 서울 강남구 압구정 한 치과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고소 안내 알림 항목이 게시돼 있다. 2018.05.30 (사진 = 강남경찰서 홈페이지 갈무리) s.won@newsis.com

이번 사태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A치과에서 교정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대거 부작용을 호소하면서 불거졌다. 이 치과는 투명한 장치로 편리하게 교정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광고해 손님을 모았다. 허위·과장 이벤트로 짧은 시간에 많은 고객을 모았다.

하지만 정작 치료받은 뒤 국수도 이로 씹지 못하거나 발음이 새는 부작용을 겪는 환자가 수백명에 달했다. 겨우 한두번 치료받았는데 병원에서 진료예약도 제대로 잡아주지 않아 소위 '먹튀' 의혹도 나왔다.

결국 1000여명에 달하는 피해자들이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은 두달 가까이 수사를 진행한 끝에 해당 원장이 환자들에게 약 25억원 선수금 등을 받고도 치료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거나 중단했다고 판단했다. 이 원장은 사기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카드 할부값 계속 나가…소비자 '발 동동'
【서울=뉴시스】 압구정 A치과에 치료를 기다리고 있는 피해자들. 피해자는 치료받으려면 2~3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사기혐의로 검찰에 넘어갔음에도 피해자들은 여전히 답답하다. 정상적인 치료가 사실상 불가능한데 여전히 카드 할부금이 빠져나가고 있어서다.

치아교정은 치료 특성상 치료비 수백만원에 치료기간은 수년이 소요된다. 이렇다보니 대부분 피해자가 카드할부를 이용한다. 교정치료를 받는 2~3년 동안 매달 할부로 빠져나가도록 결제하는 식이다. 특히 이 병원에서 몇개 카드업체와 무이자 할부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유독 카드로 결제한 피해자가 많은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소비자들이 피해를 호소하며 카드사에 할부금을 더이상 청구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이같은 권리를 '할부 항변권'이라 한다. 할부 항변권이란 카드 할부를 결제한 가맹점이 계약을 불이행했을 때 소비자가 카드사에 남은 할부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에 따르면 소비자가 카드사에 항변권을 청구하면 카드사는 이에 7일 내 답해야 한다. 만약 소비자가 제대로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카드사에서는 더이상의 할부금을 받지 않는다.

◇병원 "정상영업중" vs 소비자 "폐업보다 못한상황"

카드사도 답답하다. 항변권 접수가 쇄도하고 있지만 이렇다할 답변을 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유는 병원에서 '정상영업 중'이라며 버티기를 하고 있어서다.

카드사에서 항변권을 수용하려면 기준이 있다. 바로 카드 가맹점인 병원이 영업자체가 어려운 '폐업'상태여야 한다는 점이다.

피해자가 모여있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살펴봐도 이 치과는 사실상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된다. 치료를 받으려도 2~3시간 기다리는 것은 예삿일이고 기다리더라도 수년이 소요되는 이 치료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어려워 보인다. 치료 부작용이 심해 다른치과에서 재치료 받는 것을 선택한 이들도 상당하다. 이중삼중 치료비 고충도 크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차라리 폐업됐다면 카드사 입장에서도 항변권을 수용하면 그만인데, 병원에서 정상영업이 가능하다며 버티니 우리도 곤란한 상황"이라며 "최근 경찰에서 원장을 사기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아직 사기로 최종판결난 것도 아닌데다 사실 원장이 사기상태라도 그 아래 의사들이 진료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 카드사에서는 손 쓰기 어렵다"고 말했다.

◇소비자피해 최소화하려면?

사진은 해당 사건과 관련이 없음.

사건 초반만 하더라도 카드사에서는 카드 할부 결제일을 월말 등으로 미뤄주기도 했다. 사태가 안정될 때까지 우선 그달 카드 할부값이라도 나중에 내도록 조치한 것이다. 하지만 사태파악이 한달을 훌쩍 넘기면서 이같은 조치도 '임시방편'이 됐다.

카드사에서는 우선 '7일 내 항변권 응답' 룰에도 접수는 모두 받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여전법 상 항변권을 접수하면 7일 내 수용여부를 답변해줘야 한다"며 "만약 수용이 불가능할경우 접수를 철회하는데, 이번 사태는 특이케이스라 문의하는대로 모두 접수받고 이후 상황에 대해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최대한 빨리 항변권을 접수할 것을 권했다. 향후 항변권이 인정된다는 결론이 나오면 항변권 접수 날짜부터 소급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카드업계는 보건복지부에 이 치과를 폐업에 준하는 상태로 봐도 되는지 문의한 상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우선 보건복지부 등 당국의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라며 "만약 폐업으로 봐야 한다고 결론나오면 그동안 치료받지 않았는데 부당하게 지급된 금액, 추후 빠져나갈 할부금 등에 대한 개별파악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joo4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