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두 집 살림"...노량진 수산시장 이전 놓고 3년 '갈등' 왜?

기사등록 2018/07/14 06:00:00 최종수정 2018/07/14 08:15:52

수협 명도소송 이겨…강제집행, 충돌 우려 무산

3년 반복된 갈등 '新 시장·舊 시장' 의견 엇갈려

"임대료·면적 불만'…수협 "300억 추가 지원해"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서울중앙지법이 구 노량진수산시장 불법 점유 상점에 대한 명도집행에 들어간 12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구 시장 앞에서 상인들이 집행관들과 대치하고 있다. 2018.07.12.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새로 지은 건물로 이전 문제를 놓고 서울 노량진 구(舊) 수산시장 상인들과 수협 간 갈등이 법원 강제집행으로 더욱 심화되고 있다.

 3년째 이어진 갈등은 아직 해결하지 못한 불씨가 여전해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노량진시장 소유권을 가진 수협은 옛 시장 상인들과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하는 과제가 아직 남아있다. 

 법원이 지난 14일 아직 옛 수산시장에 남아있는 100여개 점포에 대해 강제집행을 시도했다. 법원 집행관과 용역 등 250여명이 강제집행에 나섰지만, 상인들의 반발로 이날 오전 9시30분께 철수했다. 앞서 지난해 4월 강제집행에 나섰다 충돌 우려로 1시간 만에 철수하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 2004년 국책사업으로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에 착수했다. 수산물 유통체계 개선과 건립된 지 48년이 지나 노후화된 구시장의 안정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이에 수협은 기존 냉동 창고를 헐고, 지하 2층 지상 6층 규모의 현대식 건물을 지난 2015년 10월 완공했다. 신(新) 시장은 이듬해 3월 정식 개장했다.

 하지만 상인들 상당수가 임대료와 점포 면적을 문제 삼아 입주를 거부했다. 통로가 좁아 물건 진열과 작업이 어렵고, 기존 물류 시스템이 반영되지 않아 불편하다는 게 상인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수협 측은 임대료와 점포 면적은 앞서 합의된 사항이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임대료와 점포 크기 문제 등을 놓고 시작된 갈등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서울시 중재로 갈등조정협의회가 5번이나 열리는 등 그간 양측은 50여 차례 만났지만,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빈 손으로 마무리됐다.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3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 일부 점포에 전기 공급이 중단되 불이 꺼져 있다.   시장 현대화 사업을 둘러싸고 수협 측과 갈등을 빚는 구시장 점포는 폭우가 내린 2일 10시 30분 경 1차로 70여개소, 2차로 18시 30분 경 50개소가 단전됐다. 2018.07.03.   taehoonlim@newsis.com

 수협과 상인들 간 갈등이 2년6개월 간 이어지면서 구 시장은 흉물스럽게 변했고, 안전사고 위험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 2일 오전 10시30분께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옛 시장 점포 100여 개 점포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 일부 상인들은 냉장고에 보관하던 수산물이 부패하는 등 피해를 겪기도 했다. 앞서 지난해 9월30일에는 옛 시장에서 불꽃축제를 보려던 어린이들이 건물 옥상에서 10m 아래 바닥으로 추락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상인들끼리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신 시장 입주 상인 A씨는 "구 시장에 남아있는 상인들도 동료라 저기 남아있는 거 보면 가슴이 아프고 속상하지만 이러다 둘 다 망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이제는 이전이 어쩔 수 없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구 시장 상인 B씨는 "목 좋은 상권을 이미 잃었는데 굳이 들어갈 이유가 없다"며 "수협이 지금이라도 구 시장에 남아서 장사할 수 있게 해야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협은 노후화된 시장 안전 문제와 구 시장에서 영업은 불법이라면 퇴거를 요구하고 있다. 수협은 일정기간 임대료를 낮추고, 시설 개선 등에 300여억원을 지원하는 대책도 내놨다. 

 수협 관계자는 "시설 노후와 문제 해결과 국민 식품 안전을 위해서 구 시장은 하루빨리 정리돼야 되고, 이전을 위해서 신 시장에 판매자리 321개소를 남겨뒀다"며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협은 강제 퇴거를, 구 시장 상인들은 시장 복원을 요구하며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어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sky0322@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