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나무마을에 가다②]퇴소후 자립 '막막'…맞춤지원 절실

기사등록 2018/07/15 09:29:57

퇴소앞둔 원생 올해만 100명…내년도 같은수 퇴소 예정

퇴소후 안정된 자립경로 일부 서울시의원 이의제기로 끊겨

부족 자립정착금에 취업 유지 못하는 원생 많아 생계 난망

자립 실패시 꿈나무마을로 돌아와 재도전 제도 마련 필요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유희선(18)양과 정보연(19)양은 태어날 때부터 부모없이 서울 시립 양육시설인 꿈나무마을에서 자랐다.

 부모의 따스한 손길 없이도 희선양과 보연양은 다행히 훌륭하게 자랐다. 희선양은 꿈나무마을 아이들의 대표격인 청소년 자치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동생들의 고민 상담을 도맡아 한다. 희선양은 퇴소후 사회복지사가 돼 자신처럼 어려운 처지에 있는 아이들을 돕고 싶어한다. 보연양도 건설재료·콘크리트·토목제도 등 건축 관련 자격증을 따는 등 건축설계사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보연양은 치과의사인 대부(代父)와 자주 만나며 가족의 정을 조금이나마 느끼고 있다.

 그간 꿈나무마을은 희선양과 보연양에게 따뜻한 보금자리였다. 그러나 이제 꿈나무마을을 떠날 때가 다가오고 있다. 아동복지법상 보호대상아동은 18세가 되면 양육시설에서 퇴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희선양과 보연양에게 퇴소는 두려운 일이다.

 희선양은 14일 꿈나무마을에서 뉴시스와 만나 "여기만큼 좋은 곳도 없을 것 같다. 자유롭게 있고 싶을 때도 있지만 여기 오래 살아서 막상 나간다고 하면 두려울 것 같다"며 "막상 혼자 살려하면 (꿈나무마을이) 그리울 것 같긴 하다"고 말했다. 보연양도 "(단체생활을 너무 오래 해서) 혼자 살고 싶은데 (막상 그렇게 되면) 무서울 것 같다"고 말했다.

 희선양과 보연양처럼 꿈나무마을 퇴소를 앞둔 요보호아동은 올해만 100여명이다. 내년에도 비슷한 수가 퇴소할 예정이다. 아직 앳된 티를 벗지 못한 이 아이들이 취업을 하고 혼자 집을 구하고 험한 세상을 헤쳐가야 하는 것이다.
   
 퇴소가 자유와 해방이 아닌 불안과 공포로 변한 것은 사실 얼마 전부터다. 그간 꿈나무마을 아이들은 퇴소 후 비교적 안정적인 자립경로를 밟아왔다. 학업과 취업을 위해 서울과 부산을 오가야 하긴 했지만 취업의 문이 그리 좁지는 않았다.

 서울과 부산에 있는 소년의집(꿈나무마을의 전신)에서 지내던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는 서울 꿈나무마을에 있는 초등학교에 모여 초등교육과정을 밟았다. 중고교 때는 부산 소년의집 산하 중고교를 다닌 뒤 주로 부산·경남지역 기업에 취직, 자립해왔다. 대기업에 먼저 취업한 선배들이 후배들을 자기 회사로 끌어주기도 했다.

 그러다 이 경로가 갑자기 끊겼다. 일부 서울시의원이 '소년의집 요보호아동들이 중고교를 다니기 위해 부산으로 내려가는 것은 선택권 침해'라고 지적하면서 학생들의 교차 이주는 점차 줄었고 2013년부터는 서울과 부산간 교류가 아예 끊겼다.

서울에 있던 아이들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각자도생해야 했다. 고교 3학년이 된 아이들은 1학기 중반부터 현장실습에 나서 취업의 길로 들어서왔다.

 그러던 지난해 11월 또다시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제주도 한 공장에서 현장실습하던 특성화고 학생이 사망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교육부가 조기취업 형태의 산업체 현장실습을 폐지하면서 그 유탄이 꿈나무마을에 날아들었다.

 제주도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특성화고 고3의 경우 5월부터 약 10개월 동안 현장실습을 하면서 700만원 정도를 벌어놓고 퇴소해왔다. 현장실습이 폐지되면서 꿈나무마을 아이들은 자립자금을 벌 시간을 10개월 날린 셈이다. 보연양은 "저희는 여기서 나가서 살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며 "1월이 지나서야 취업이 이뤄지면 우리한테는 안 좋다"고 말했다.

 특성화고 고3 아이들이 졸업할 때까지 취업을 못하게 되면 상황은 더 나빠진다. 고교를 졸업하면 아동복지법상 지원대상에서 배제되기 때문에 실업상태여도 꿈나무마을은 도움을 줄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취업을 못한 채 꿈나무마을을 떠나는 아이들에게는 어느 정도의 자산이 주어질까.

 퇴소 때 아이들에게 지급되는 자립정착금은 1인당 500만원이다. 여기에 디딤씨앗통장에 있는 돈이 추가된다. 디딤씨앗통장은 후원액과 아르바이트 수익 등을 매달 일정 금액 저축하면 정부가 그와 같은 금액을 적립해 매달 최대 54만원까지 적립할 수 있는 통장이다. 이 돈은 아이가 만 18세가 되면 대학 등록금, 주거비, 취업준비금 등에 쓸 수 있는데 아르바이트까지 해서 많이 모으면 통장에 1000만~2000만원을 쌓아서 나가는 경우도 있다.

 이 정도 돈을 쥐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임대주택에 들어가면 자립의 발판은 마련할 수 있다.

 문제는 꿈나무마을 등의 주선으로 졸업과 함께 일자리를 얻는다고 해도 취업상태를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꿈나무마을 퇴소자들은 직장에서 어려운 일이 닥치면 이겨내려 하지 않고 쉽게 그만두는 경향이 있다. 희선양은 "당장 돈이 끊기면 어려울 듯하다"면서도 "회사가 너무 마음에 안 들면 당장 그만두는 건 아니라도 다른 곳을 찾아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숙사형 공장에서 일하다 갑자기 그만두면 살 집이 급해지니 친구나 꿈나무마을 동기 집을 전전하기 일쑤다. 불안정한 주거로 불안감이 커지면 결국 더 좋은 조건의 직장을 찾기보다는 편의점이나 카페 등 아르바이트나 비정규직을 택한다. 결국 이 아이는 빈곤층으로 편입되고 이후 중산층으로 올라서지 못한다.

 요보호아동들은 취업 정보 활용력도 떨어지는 편이다. 꿈나무마을 퇴소 전 교육을 통해 배우지만 실제 사회에서 문제에 맞닥뜨리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집을 구하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들은 집을 둘러보고 비교하며 계약할 때 어려움을 느낀다. 자립 담당자와 고3 담당 직원이 이사를 도와주지만 이 역시 체계적인 지원은 아니다.

 일부 금융회사가 양육시설 퇴소자들에게 쉐어하우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꿈나무마을 퇴소자들은 손사래를 친다. 청소년기 내내 지겹도록 공동생활을 한 아이들에게 또다시 공동생활을 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다. 희선양과 보연양 모두 퇴소 후 혼자 사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수요자 욕구를 반영하지 않은 제안과 사업에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퇴소자들의 다소 편협한 의사소통 역시 원활한 자립을 저해하는 요소 중 하나다. 꿈나무마을 관계자는 "우리 아이들은 장벽에 부딪히면 선생님보다는 친구들끼리 상의한다. 좋은 직장인데도 문제가 있을 때 아이들이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친구들은 '그냥 그만둬'라고 해버린다"며 "그러면 아이들은 그 직장을 연결해준 수녀나 선생님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상의를 하지 않고 또래들끼리 상의해 결정해 버린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문제의 원천은 가정의 부재다. 부모와 함께 있다면 일시적으로 실업상태가 되더라도 정서적·물질적 지원을 받으며 새 직장을 얻기 위한 준비를 할 수 있지만 꿈나무마을 퇴소자들은 그런 지원도, 여유도 없다.

 꿈나무마을 관계자는 "일반적인 가정은 '안정된 실패'가 가능하다. 지지체계 안에서 재기할 수 있다. 정서적·물질적으로 지지를 받을 수 있다"며 "하지만 우리 애들은 한번 무너지면 이성적 판단이 안 된다.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서로에게 훈수를 두고 어른들 얘기를 듣지 않는다. 깨지면서 진정 자기 인생에 필요한 직업을 선택하고 견디면서 나아가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조언을 해줄 가정이 없다"고 말했다.

 퇴소 후 돌발적 실업과 이로 인한 주거불안은 아이들로 하여금 섣부른 선택을 하게 만든다. 여성 퇴소자의 경우 유흥업소에 나가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꿈나무마을 퇴소자들을 위한 제도적 지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고용노동부는 퇴소자들을 위해 취업성공패키지를 운영한다. 취업성공패키지란 저소득 취업취약계층(18~69세)의 취업을 돕는 사업이다. 신청자에게 상담을 통한 진단과 경로 설정, 직업훈련·창업지원, 취업 알선을 지원한다. 이 과정에서 구직·훈련·취업 성공 수당을 지급한다. 꿈나무마을은 고용노동부 서울서부고용노동지청과 협약을 맺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꿈나무마을이 속한 자치구인 은평구도 도움을 주고 있다. 아이들이 지역 사업체에서 2주간 취업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응암1동사무소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역시 취업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퇴소자들이 자립에 실패하면 다시 꿈나무마을로 돌아와 재도전할 수 있게 하는 제도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서울시가 폐업한 도티기념병원을 퇴소자를 위한 자활자립센터로 개조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퇴소한 아동이 다시 들어와 직업교육을 받거나 직업을 알선 받을 수 있는 자립지원 전담기관이 이르면 내년 12월 꿈나무마을에 설치된다"며 "숙소와 직업훈련을 받는 공간을 확보하려 한다. 내년도 예산에 반영해 시행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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