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구조된 8명 신원 공개안해...부모도 몰라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동굴 탐험에 나섰다가 고립된 태국 소년 12명 및 코치 1명 중 지금까지 8명이 동굴 탈출에 성공한 가운데, 태국 당국은 10일 나머지 5명의 구조에 도전한다.
미 ABC뉴스 및 CNN등에 따르면 구조를 지휘해온 나롱싹 오솟따나꼰 전 치앙라이 지사는 지난 9일 밤 기자회견에서 "5명을 한번에 구조할지 아니면 나눠서 구조할지는 다이버들의 결정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그는 "구조 계획은 4명 구조 방식으로 설계됐다"며 "안전을 위해 최적의 숫자는 4명"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8일과 9일에도 각각 4명씩 총 8명이 구조됐다.
나롱싹 전 지사는 구조대원들이 다시 구조작업에 돌입하기 위해서는 최소 20시간 가량을 쉬어야 하며, 10일 구조작업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구조된 8명의 생존자는 인근 병원에 이송돼 건강 검진 등을 받고 있다. 이들의 건강 상태는 모두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2주일 넘는 동굴 생활 중 어떤 질병에 걸리지 않았는지 검사를 받는 등 체력을 회복하고 있다.
현지 매체인 '더 네이션'은 첫날 구조된 소년들이 태국 전통 음식인 돼지고기 볶음 요리인 '팟 크라파오'를 먹고 싶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당국이 소년들의 건강 상태를 우려에 이를 허락하지 않았으며, 쌀로 만든 죽을 먹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당국은 8명의 이름 등 신원을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아이들의 부모들에게 조차 자신의 자녀가 구조됐는지 여부를 알리지 않았다. 아직 구조되지 못한 소년들의 부모의 마음이 다치지 않게 고려한 판단이다. 이에 부모들도 당국의 결정에 동의하고, 동굴 입구에 모여 구조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현지 매체인 방콕포스트는 처음으로 구조된 4명 중 1명은 25세 코치라고 보도한 바 있지만, 당국이 정식으로 발표하지 않아 확인되지 않고 있다. 나롱싹 전 지사가 "8명의 소년들이 구조됐다"고 밝히면서, 코치가 아직 동굴에 남아있을 가능성도 있다. 뉴질랜드 방송인 TVNZ는 코치가 마지막으로 구조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태국 동굴 소년들의 구조 소식에 전 세계인들도 숨죽이고 있다. 이들이 갇힌 동굴 길이가 총 10㎞에 이르는데다, 수영도 할줄 모르는 11~17세 소년들이 잠수를 해서 동굴을 탈출해야 하는 난코스를 뚫어야 한다. 숙련된 전문 다이버들에게도 이 여정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 세계인들은 마음 졸이며 구조 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BBC에 따르면 소년들의 탈출에는 태국 출신의 다이버 40명과, 해외에서 집결한 50명 총 90명의 전문 다이버들이 나서서 구조 작업을 펼치고 있다.
그들은 캄캄하고 곳곳에 물로 침수된 동굴길에서 소년들을 안내하며 구출해 내고 있다. 아이들은 체온 보호를 위해 잠수복을 여러개 입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잠수 초보인 점을 고려해 얼굴 전면을 덮는 마스크를 착용했다. 소년 1명당 다이버 2명이 각각 앞뒤로 붙어 동행했으며, 소년의 산소통도 다이버들이 짊어졌다.
소년들은 동굴 입구에서 약 5㎞ 들어간 곳에서 발견됐는데, 그곳부터 첫 2.5㎞ 구간이 난코스다. 곳곳에 수로가 있기 때문이다. 가장 어려운 '마의 구간'은 이른바 'T자형 교차로'로, 이 교차로는 너무 좁아서 어깨에 매고 있던 산소통을 벗고 지나야 하는 깊이 5m에 달하는 물길이다. 이 길을 지나면 다 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소년들은 T자형 교차로를 지나면 '세 번째 쳄버'라고 불리는 빈공간에서 잠시 쉬고, 걸어서 동굴 입구까지 가는 마지막 여정에 들어간다.
이러한 동굴 탈출 여정이 얼마나 힘든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바로 지난 6일 전 태국 해군 다이버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이다. 그는 소년들에게 산소통을 전달해주고 동굴을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산소부족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편 구조 책임자는 지난 9일 이뤄진 두 번째 구조 작업이 첫번째 보다 수월했다고 밝혔다. 첫 구조때보다 2시간이나 구조 시간이 단축됐다고 한다.
chkim@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