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개최국 러시아 꺾고 20년 만에 4강 진출

기사등록 2018/07/08 06:09:37

승부차기 끝에 개최국 러시아 제압

크로아티아, 12일 잉글랜드와 결승 진출 다퉈

크로아티아 비다
【서울=뉴시스】 박지혁 기자 = 크로아티아가 개최국 러시아를 제치고 20년 만에 월드컵 4강 무대를 밟게 됐다.

크로아티아는 8일 오전 3시(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피시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러시아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8강전에서 연장까지 120분 동안 2-2로 승부를 내지 못한 뒤 승부차기 끝에 4–3으로 승리했다.

대회 개막 전만 해도 크로아티아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0위로 '유럽의 복병' 정도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덴마크와의 16강전에 이어 8강전에서도 승부차기 승리를 거두면서 다보르 슈케르(현 크로아티아축구협회 회장)가 득점왕에 올랐던 1998 프랑스월드컵(3위) 이후 20년 만에 준결승에 올랐다.

크로아티아는 월드컵에서 조별리그를 두 차례 통과해 모두 4강에 오르는 진기록도 보여줬다. 2002 한일월드컵, 2006 독일월드컵,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는 모두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는 지역예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러시아는 소비에트연방(소련) 시절인 1966 잉글랜드월드컵(4위) 이후 52년 만에 월드컵 4강에 도전했지만 승부차기에서 고비를 넘지 못했다.

기대했던 '개최국 4강' 공식도 이번에는 성립하지 않았다.

1998 프랑스월드컵에서 프랑스가 정상에 오른 후 2010 남아공월드컵을 제외하곤 모든 개최국이 최소 4강에 진출했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이 4위, 2006 독일월드컵에서 독일이 3위,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브라질이 4위를 차지했다.

크로아티아의 골키퍼 다니엘 수바시치(AS모나코)는 16강전에 이어 이날도 승부차기에서 선방을 펼쳤다. 러시아의 첫 번째 키커 페도르 스몰로프(크라스노다르)의 슛을 왼손으로 막아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망연자실한 러시아 선수들
러시아의 데니스 체리셰프(비야레알)는 선제골을 넣으며 4호골로 득점부문 공동 2위에 올랐지만 더 이상 경쟁을 이어갈 수 없게 됐다.

기선을 잡은 건 러시아다. 전반 31분 체리셰프가 페널티박스 정면 외곽에서 왼발 중거리 슛을 때려 크로아티아의 골네트를 갈랐다. 장신 공격수 아르템 주바(아르세날 툴라)와 2대1 패스를 주고받으며 수비를 허물었다.

깜짝 놀란 크로아티아도 바로 반격했다. 선제골을 내주고 분위기가 가라앉았지만 역습을 통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전반 39분 역습 기회에서 마리오 만주키치(유벤투스)가 왼쪽 측면을 뚫고 올린 크로스를 안드레이 크라마리치(호펜하임)가 헤딩슛으로 연결해 골로 만들었다.

전반은 1-1로 팽팽하게 끝났고 후반에도 양 쪽 모두 추가골을 넣지 못했다.

연장에서 먼저 균형을 깬 건 크로아티아다. 연장 전반 11분 코너킥 세트피스에서 도마고이 비다(베식타스)의 헤딩 득점으로 2-1로 달아났다.

러시아는 이후 맹공세를 펼쳤지만 크로아티아의 철벽 수비에 애를 먹었다. 패색이 짙었다.

경기 종료를 5분여 남기고 극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러시아의 마리오 페르난데스(CSKA모스크바)가 연장 후반 10분 프리킥 세트피스에서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다. 브라질 출신 귀화 선수인 페르난데스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A매치 첫 골로 팀을 구했다.

콜린다 그라바르 키타로비치(가운데) 크로아티아 대통령과 수케르 크로아티아축구협회 회장(왼쪽)
결국 승부는 승부차기까지 갔다. 러시아의 첫 번째 키커 스몰로프가 실축했지만 크로아티아 역시 두 번째 키커 마테오 코바시치(레알 마드리드)의 슛이 이고르 아킨페예프(CSKA모스크바)에게 걸렸다.

양 팀의 운영이 갈린 건 세 번째 키커에서다. 크로아티아의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가 성공한 반면 페르난데스는 오른발로 때린 슛이 골문을 외면했다. 극적인 동점골의 기쁨이 순식간에 식었다.

크로아티아는 3-3으로 팽팽한 상황에서 다섯 번째 키커 이반 라키티치(FC바르셀로나)가 성공하자 기쁨을 만끽했다.

한편, 콜린다 그라바르 키타로비치 크로아티아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가 운동장을 찾아 경기를 관전했다. 골이 터질 때마다 응원과 격려를 주고받으며 훈훈한 모습을 연출했다.

크로아티아는 12일 잉글랜드과 결승 진출을 다툰다.

fgl7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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