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음료 버리는 곳 없다고 아무데나 '툭'
한여름에 환경미화원들 분류작업 일더미
나뒹구는 얼음컵에서 음료 일일이 빼내야
음료 수거함 만들었더니 치킨에 토사물도
"인프라 구축하되 시민의식도 성숙해야"
대학생 전모(24)씨는 "정류장에 컵이 버려져 있는 모습을 많이 봤다"며 "이럴 땐 한국인의 시민의식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지하철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서울 중구 시청역 4번 출구 화장실 옆에 위치한 쓰레기통에는 얼음컵이 가득 쌓여있다. 일반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 칸이 구분돼 있지만 쓰레기는 구분 없이 버려져 있다. 먹다 남은 음료수도 쓰레기통 위에 올려져있다.
시청역 환경미화원은 이마에 땀이 맺힌 채 일일이 분류작업을 하고 있었다. 쓰레기통에 버려진 얼음컵을 꺼내 컵에 담겨있는 음료를 일일이 다른 통에 버리는 작업이다. 음료를 쏟아내는 환경미화원의 팔뚝에는 커피가 지저분하게 묻어있었다.
그는 "음료수를 다 먹고 버리면 괜찮은데 안 그런다"며 "더워지니까 여름에 얼음컵이 더 많아지는데 할 일만 늘어난다"고 토로했다.
지난 1월 일부 개정된 서울시 시내버스 재정지원 및 안전운행기준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승객들은 버스에 얼음컵을 들고 탈 수 없다. 버스기사가 탑승을 거부하면 정류장에 먹던 음료를 버리고 가야 한다.
얼음컵의 특성상 입구가 뚜껑으로 막혀있지 않아 쓰레기통에 그냥 버리면 오물이 새어나오기 쉽다. 부피를 많이 차지해 자주 수거하지 않으면 쓰레기통이 넘쳐나는 일도 부지기수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올해 자치구와 협의해 버스정류장이나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쓰레기통 396개를 설치할 계획을 세웠다. 약 60% 진행한 상태지만 아직까지 파란색 공공용 종량제 봉투가 곳곳에 놓여있는 정도다.
직장인 함예슬(26)씨는 "여름에는 더우니까 차가운 음료를 들고 돌아다닌다"며 "음료를 다 마실 수도 없고 버릴 수도 없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서울시 민원실에도 지난해 7월 "패스트푸드점에 있는 음료 수거함을 지하철에도 설치하면 좋겠다"는 제안 사례가 올라왔다. 여의나루역을 포함한 몇몇 지하철역에는 음료를 버리는 통이 따로 놓여 있다. 역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한 통이다.
서울교통공사 홍보팀 관계자는 "여름철이니 쓰레기통 내 음료가 상온에 노출돼 세균 번식이나 악취 등 위생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자회사가 작년 아이디어 차원에서 음료 수거함을 설치했으나 삼각지역과 고속터미널역을 제외하고는 전부 철수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시민 계도에 힘을 쏟는 분위기다. 서울시는 총 500여명의 단속반을 통해 얼음컵 무단투기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또 시민운동본부와 함께 '쓰레기 함께 줄이기'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도 먹다 남은 음료를 화장실 등에 버리도록 지속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김미화 환경연대 총장은 "시민들은 얼음컵을 계속 들고 다닐 수 없으니까 양심에 찔리면서도 아무 데나 버리게 된다"며 "시민들이 제대로 분리배출 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남은 음료는 다 먹고 버리는 등 시민들 스스로 지켜야 할 부분도 많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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