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소년들 공황장애 겪을 수도" 전문가들

기사등록 2018/07/05 12:22:15
【서울=뉴시스】태국 해군이 4일 오전 공개한 동굴 실종 소년들의 모습.(사진출처: 태국 해군 페이스북 동영상 캡처)2018.07.04.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동굴에서 실종된 태국 소년들이 열흘 만에 기적적으로 발견됐지만 동굴 밖 구조작업이 난항에 부딪히면서 어두컴컴한 동굴 속 생활이 13일째 계속되고 있다.

 아이들의 신체적 건강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향후 동굴 밖으로 나온 후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한 이후 발생하는 트라우마를 겪게 되는 것은 아닐지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미 CNN방송은 태국 소년들의 경우와 흡사한 8년 전 69일 동안 지하에 갇혀있다가 탈출에 성공한 33명의 칠레 광부의 정신건강 프로그램을 담당한 의사와 심리학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아이들의 정신건강을 위한 방법을 모색했다.

 33명의 칠레 광부들은 지난 2010년 칠레 북부의 한 구리광산이 무너지면서 지하 700m갱도에서 매몰됐다가, 17일에 생존이 확인, 매몰 69일 만에 모두 구조된 바 있다. 

 CNN은 칠레 광부들의 정신건강을 돕는 프로그램을 고안한 스포츠 의학 전문가인 진 로마놀리, 심리학자인 알베르토 베나비데스와 서면 및 전화인터뷰를 통해 태국 소년들의 정신건강에 대해 말했다. 

◇소년들의 정신건강을 어떻게 지킬 수 있나

 로마그놀리(R): 칠레 광부들은 갇힌 공간에 익숙했지만 소년들은 익숙하지 않다. 이에 소년들은 폐쇄공포증이나 또 다른 종류의 사회공포증, 심지어는 공황장애도 겪을 수 있다. 그러나 소년들은 팀스포츠(축구)를 하기 때문에, 강한 팀워크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팀워크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정신적 어려움에 대처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베나비데스(B): 소년들에게 이번 경험은 모험이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모험의 관점에서 볼 때, 소년들은 이 경험을 재미있고 견딜만한 것으로 여길 수 있다. (모험이라는 요소가 가미돼 칠레 광부들과는) 다소 다른 상황으로, 소년들은 행복하고 즐거운 분위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구조대원들은 소년들 주변에서 심각한 분위기를 만들어내서는 안 된다.

 소년들은 어른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겪고 있는 어려운 점을 알 필요가 없다. 단지, 자신들이 사랑 받고 있으며 어른들에게서 허가를 받고 방학을 즐기는 중이라는 사실만 인지하면 된다. 오히려 이번 경험은 아이들에게 가족의 소중함, 협력의 중요성, 그리고 국가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소년들에게 정신적으로나 감정적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R: 칠레 광부의 경험을 통해 볼 때, 자신들이 구조될 수 있다는 확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구조대원들이 그들을 발견했지만, 아직 살아서 구조될지 확신하지 못한다.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구조팀의 계획에 대한 확신이다. 

 B: 동굴에서 지내는 동안 소년들이 할 수 있는 자잘한 임무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구조용품의 수량을 체크하거나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이야기를 서로 들려주거나, 재미있는 게임을 하는 등의 일이다. 한 사람이 한 임무를 계속 맡는 것 보다 돌아가면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년들의 나이가 어린 것은 이 상황에서 장점인가 단점인가.

 R: 신체적인 면에서는 장점이다. 어린 소년들의 생리적 반응은 성인인 칠레 광부들보다 좋다. 그러나 칠레 광부들이 갇힌 공간에 익숙하다는 점에서 그들의 정신건강이 더 좋았다고 할 수 있다. 광부들은 쉽사리 패닉에 빠지지 않았다.

 B: 소년들은 동굴생활에서 코치를 잘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코치를 중심으로 소년들은 편안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긴장감을 낮출 수 있다.

◇소년들과 칠레 광부들의 유사점과 차이점은 무엇인가.

 R: 역경이라는 면에서는 같고, 나이에 있어서는 다르다. 광부들은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다양한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었지만, 아직 어린 소년들은 만성질환이 없다. 또, 칠레 광부의 구조상황은 일관됐지만, 태국 동굴은 폭우 여부에 따라 동굴 내 수위와 에어포켓 등에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B: 두 집단의 유사성이라면, 소통, 안전, 음식물, 그리고 모든 종류의 편안함이 결여돼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다만 두 경우 모두 살기로 결정했고 단합하고 있다. 단합이 중요하다. 그들은 음악을 들어도 스피커를 틀어놓고 함께 들어야 한다. 헤드폰을 끼고 혼자 들어서는 안 된다.

 chkim@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