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유권자, 왜 우파에 등돌렸나…부패·폭력,경제난에 신물

기사등록 2018/07/02 16:27:35

WP "'권력 마피아' 기존 정치인들, 국민들이 강력하게 거부"

NYT "멕시코 현재상황, 국민들이 거부"

【멕시코시티=AP/뉴시스】1일(현지시간) 멕시코에서 대선·총선이 치러진 가운데 국가재건운동당(MORENA) 소속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64) 후보가 멕시코시티의 한 투표장에서 투표를 마친 후 기자들에 둘러싸여있다. 2018.07.02.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멕시코에서 89년만에 좌파정권이 탄생했다. 부패한 우파에 염증이 난 국민들의 선택이었다.

1일(현지시간) 멕시코 전역에서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예상대로 중도 좌파 성향의 국가재건운동당(MORENA) 소속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64) 후보가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다. 멕시코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로페스 오브라도르의 득표율이 53%~53.8% 사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례적으로 선거 예상결과를 빨리 발표했다.

멕시코시티 시장 출신으로 3수만에 정권 교체에 성공한 로페스 오브라도르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가장 중요한 기치로 부패 척결을 내세웠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중 우파 정권을 "더러운 돼지" "욕심 많은 돼지" "권력 마피아"로 비난하며 대중들의 호응을 얻었다.

그러면서 그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국가재정을 사용하고, 불평등과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AP통신에 따르면 그는 이날 새벽 투표장에서도 국가와 정치·기업 엘리트들의 만연한 폐해를 근절함으로써 임금과 연금을 재건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청소년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노인 지원금을 인상하겠다고 말했다.

89년동안 멕시코를 통치한 우파정권이 설 자리를 잃게 된 이유는 경제난과 더불어 광범위하게 만연한 부패, 폭력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BBC는 해석했다.

멕시코는 남미 지역에서 두 번째로 경제규모가 큰 원유 수출국이다. 하지만 원유가격이 낮아지면서 달러대비 페소 가치가 급격히 약화됐다. 멕시코 인구의 40% 이상이 빈곤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높은 수준의 부패와 폭력은 일부 기업들로하여금 멕시코를 떠나게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로페스 오브라도르의 승리는 그가 '권력 마피아'라고 부르는 기존 정치인들을 국민들이 강력하게 거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수십년간 멕시코는 테크노크라트(많은 권력을 행사하는 과학 기술 분야 전문가)들과 친미 정치인들에 의해 주도돼 왔다.

유권자들에게 필요한건 멕시코의 '변화'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멕시코 국민이 원했던 변화는 부패한 정당들, 치솟는 폭력 범죄, 빈곤이나 불평등을 줄이지 않은 채 투자붐을 일으킨 개방경제로부터의 변화라고 지적했다.

이달고 주 영어교사인 마르가리타 실바는 "2012년 대선에서는 엔리케 페냐 니에토에게 투표했지만 이번에는 로페스 오브라도르에게 투표했다"며 "하루 아침에 모든 부패를 없앨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는 시작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이번 결과에 대해 멕시코 국민들이 국가의 현재상황을 거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는 이날 선거관리위원회가 그의 득표율이 53%~53.8% 사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한 이후 멕시코시티의 한 호텔에서 진보와 보수의 조화를 촉구하며 법과 헌법 질서 하에서의 심오한(profound) 변화를 약속했다.

그는 "나는 멕시코의 훌륭한 대통령으로서 역사에 기록되고 싶다. 나는 우리나라의 위대함을 높이기를 온 마음을 다해 바라고 있다"며 "이 새로운 국가적 프로젝트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확립하기 위한 것이며, 변화는 심오하지만 정해진 질서에 따라 이뤄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의 임기는 오는 12월1일부터 시작된다.

 jael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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