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최경환 1억원-'뇌물 아닌' 박근혜 36억원, 왜?

기사등록 2018/07/01 15:12:16

최경환-이병기 1억, '2015년 예산안' 매개

박근혜 36억, 국정원 관련 특정 현안 없어

검찰 "인사·감독권자에게 준 돈인데" 반발

연기된 문고리 3인방 선고, 뇌물 여부 관심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9월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7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09.28.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김현섭 기자 = 최경환(63) 자유한국당 의원과 박근혜(66) 전 대통령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특활비) 뇌물죄 판단을 가른 것은 무엇일까.

 현재로선 최 의원이 받은 특활비는 뇌물이고, 박 전 대통령이 받은 특활비는 뇌물이 아니다.

 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조의연)는 지난달 29일 이병기(71)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특활비 1억원을 수수한 혐의(특가법상 뇌물)를 받는 최 의원에게 유죄를 인정하면서 징역 5년에 벌금 1억50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같은 달 15일 이병기 전 국정원장과 남재준(74)·이병호(78) 전 국정원장이 박근혜(66) 전 대통령에게 특활비 총 36억5000만원을 상납한 혐의(특가법상 뇌물·국고손실)에 대해 국고손실만 유죄로 인정했다.

 상납 관여 혐의를 받는 '문고리 3인방' 이재만(53)·안봉근(52)·정호성(49) 전 청와대 비서관과 박 전 대통령 선고공판이 아직 열리지 않았지만 최소한 '공여자' 1심 기준으로는 박 전 대통령이 받은 돈은 뇌물이 아닌 것이다.
 
 이 재판부는 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최 의원에게 준 1억원에 대해서는 뇌물공여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똑같이 특활비를 받았고 수수 규모는 박 전 대통령이 훨씬 크지만 결과가 달라진 이유는 '특정 현안' 유무와 그와 관련된 '대가' 인정 여부에 있다.

 이병기 전 원장은 지난 4월 최 의원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2014년 9월 (당시 기재부 장관이던 최 의원에게) 2015년 국정원 예산을 잘 좀 도와달라는 식으로 가볍게 전화 한 번 했다"며 "이후 국정원 예산관으로부터 (국정원 제출안대로) 통과될 것 같다는 얘기를 들어 고마운 마음에 격려를 하면 어떤가 생각했던 것"이라고 1억원 전달 이유를 털어놨다.

 그는 1억원이 뇌물이 아니라는 취지로 이같이 증언했지만 도리어 특정 현안과 대가성을 입증하는 결정적 근거가 됐다.

 최 의원 재판부는 "기재부와 국정원은 별개 기관으로 격려금을 주는 게 부자연스럽다. 또 격려금으로 보기에 1억원이라는 금액은 크다"며 "피고인은 예산 증액에 대한 감사와 향후 관련 편의제공 등 대가로 돈이 교부된 것을 적어도 미필적으로 인식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뇌물성 인정을 위해 금품수수 시기와 직무 행위의 전후를 가릴 필요가 없다.

 실제로 2015년 예산 편성 당시 국정원은 전년 8962억원에서 518억원 증액된 9480억원의 요구안을 기재부에 제출했다. 국정원은 기재부 요구에 따라 9434억원으로 수정했고, 이는 국회에 제출돼 확정됐다. 최초 요구액의 99.5% 수준이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지난 2014년 국정원 특활비를 불법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8.06.29. mangusta@newsis.com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최 의원처럼 특정되는 현안이 없었고 대가성 입증도 되지 않았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남 전 원장 등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특활비 지급을 먼저 검토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박 전 대통령 요구나 지시에 응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특정 청탁이라는 매개가 없어 상·하급 공무원 간 통상적인 뇌물공여와 다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돈 전달 시기에 국정원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없었고, 박 전 대통령이 수수 후 국정원이나 국정원장을 위해 나선 특정 조치 등이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반발하고 있다.

 현안이 없어도 수수자가 공여자에게 영향을 미칠 만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면 오고 간 금품은 뇌물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남 전 원장 등의 1심 판결 직후 "인사·감독권자인 대통령에게 잘 보이기 위한 목적으로 국정원장들이 국정원 돈을 대통령에게 공여한 것"이라며 "판례상 직무관련성이 당연히 인정된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이 전 비서관 등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에 지난달 25일 '금품의 뇌물성 검토' 의견서를 냈다.

 이에 재판부는 같은달 28일로 예정됐던 선고기일을 연기한 상태이다.

afer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