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 떨어진 아이돌 자존감 뮤지컬로↑···'에스메랄다'

기사등록 2018/07/01 11:21:46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그룹 '베스티' 출신 유지(27)는 JYP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시절부터 유명했다. 노래, 춤은 물론 화려한 외모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그룹 'EXID' 초기 멤버이기도 한 그녀에게는 그러나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자신감도 떨어졌다. 그 가운데 만난 뮤지컬은 희망이 됐다.

8월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에스메랄다'를 연기하고 있는 유지의 뮤지컬 사랑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유지는 "가수를 했을 때 연습한 것을 100%으로 치면, 실전에서 60%가 나오면 다행이었다. 실전에서 80~90%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200% 연습을 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지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뮤지컬에서는 그런 생각이 안 들더라"고 말했다.

유지는 2013년 '베스트' 싱글 '두근두근'으로 데뷔했다. 주목 받던 그녀가 데뷔를 했으니 기대는 당연했다. "내가 잘해야 베스티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도 컸다. 하지만 팀은 큰 반향을 불러오지 못했다. 유지의 자책은 이어졌고, 자신감은 점점 사라졌다.
 
"제 주변 분들이 제가 그렇지 않음에도 대단하다고 추어올려주시죠. 가진 것도 많고, 예쁘다고요. 하지만 일반적으로 대중이 저를 아는 건 별로 잘 되지 않은 그룹의 멤버 정도에 불과했죠."

뮤지컬이 이런 그녀의 자존감을 끌어올렸다. 2014년 동명 드라마가 바탕인 뮤지컬 '풀하우스'를 통해 뮤지컬배우로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듬해 뮤지컬 '드림걸즈'의 '디나' 역으로 캐스팅되면서 존재감을 각인했다.

'드림걸즈'는 미국의 전설적인 흑인 R&B 여성 그룹 '슈프림스'를 모티브로 삼은 작품으로 2006년 영화로 옮겨졌을 때 디나 역을 팝 수퍼스타 비욘세(37)가 맡기도 했다.

유지는 불과 두 번째 뮤지컬 출연작에서 여배우들의 로망인 배역을 꿰찬 것이다. 지난해 베스트 자퇴 이후 처음 출연한 작품이자 세 번째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를 통해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의 동명 작품이 원작이다. 1482년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을 배경으로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와 그녀를 사랑하는 세 남자인 꼽추 종지기 콰지모도, 주교 프롤로, 근위대장 페뷔스의 내면적 갈등을 그린다.

에스메랄다는 뮤지컬 여주인공 중에서도 손꼽히는 매력의 배역이다. 치명적인 아름다움과 순수한 영혼을 동시에 지녔다. 작품 속 모든 남자주인공의 사랑을 받는 동시에 극의 비극적인 아름다움의 정서를 지닌 역이어서 뮤지컬 여배우의 선망으로 통한다. 이번에 유지는 뮤지컬스타 차지연, 윤공주와 함께 이 역을 맡았다. 

"워낙 하고 싶었던 배역이다 보니 오디션을 보고 떨어지는 꿈을 다섯 번이나 꿨어요. 합격 소식을 듣고 너무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바로 들었죠. '내가 과연 작품과 선배님들에게 누를 끼치지 않고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 때문이에요."

유지의 에스메랄다 해석에서 특기할 만한 점은 순수함이다. 처음에는 "섹시하고 치명적인 배역이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때 묻지 않은 생각과 행동들이 더 중요하다라고요. 에스메랄다는 자신의 매력을 몰라요. 그런 것에 신경을 쓰기 보다는 보헤미안처럼 자유롭죠. 자유와 여행을 좋아한다는 것이 저와 닮아서 그 부분에서 고민을 시작했어요."

6월10일 첫 무대에 올라섰을 때는 “심장마비에 걸릴 뻔했다”는 말로 부담감을 전했다. 지금은 "홀가분하다"고 했다. "제가 관객의 반응은 모두 봐요. 악플까지요. 상처를 받기보다 더 노력하게 되거든요. 뮤지컬티켓 가격은 한두푼이 아니잖아요. 공연을 본 분들에게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게끔 하고 싶지는 않아요. 물론 좋지 않은 이야기는 속상하죠. 근데 얼마 전에 '유지 오늘 공연 좋았다. 이대로만 가면 좋겠다'는 글을 봤는데, '헛된 노력을 하고 있지는 않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좋아서 자면서도 미소 지었어요. 하하."

유지는 힘든 과정을 겪으면서 부담감을 느낀 것을 수용한다. 아이돌이라는 수식은 떼어지고 뮤지컬배우로 앉아 있는 그녀가 담담하면서도 힘을 실어 말했다. "그렇지 않았으면 더 불안했을 겁니다. 울고불고하는 힘든 과정을 겪어야 해요. 그래야 실력이 쌓이고 작품에 누를 끼치지 않죠."

뮤지컬 '시카고'의 '록시', '아이다'의 암네리스를 하고 싶은 배역으로 꼽은 유지는 한동안 뮤지컬배우 활동에 집중할 계획이다. "뮤지컬에서 감동을 받았다는 말이 주는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죠. 저 역시 큰 감동을 받아나가는 중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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