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평택 안의 작은 캘리포니아'...주한미군 새 둥지 캠프 험프리스

기사등록 2018/06/29 17:02:24

동맹 상징 험프리스…435만 여평 세계최대 규모

철도 터미널, 탱크 시뮬레이션 훈련장까지 갖춰

초·중·고, 슈퍼짐·영화관·쇼핑몰 등 대형 생활공간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주한미군은 29일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주한미군사령부 개관식을 열고 공식 업무에 들어간다. 사진은 사령부 전경. 2018.06.29.   photo@newsis.com
【평택=뉴시스】김성진 기자 = "이곳의 주소는 캘리포니아입니다."

 29일 험프리스 주소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미군 관계자는 이렇게 답했다.

 이날 만난 세계 최대 규모의 해외 미군기지, 평택 '캠프 험프리스'(Camp Humphreys)는 도시 안의 또 다른 도시, 평택 안의 캘리포니아였다.

 헬기 사고로 숨진 벤저민 험프리스 준위의 이름을 딴 캠프 험프리스는 1919년 일본군이 한국인을 강제 동원해 만든 군사비행장이었던 슬픈 기억의 장소다.

 미군은 1950년 6·25전쟁이 일어나자 비행장을 건설하고 이곳을 K-6(케이식스)라고 명명했고 정부는 이듬해 이 땅을 미 공군에 공여했다. 지역 주민들은 그때의 명칭이 내려져와 이곳을 아직도 K-6라고 부르기도 한다.

 당초 128만평 규모로 조성됐던 험프리스는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과 함께 현재는 435만6800여평(3558.995에이커)의 최대 미군 기지로 다시 태어나게 됐다. 차로 돌아도 40분 이상이 걸리는 규모다.

 현재 주한미군사령부, 유엔군사령부, 한국군사령부, 미8군, 미7사단 등 40여개 부대가 집결해 있다.

【서울=뉴시스】김성진 기자 = 주한미군은 29일 오전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유엔군 및 주한미군 사령부 청사 개관식 행사를 가졌다. 사진은 캠프 험프리스 내 '험프리스 고등학교'. 1000명 이상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2018.06.29.ksj87@newsis.com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국빈 방문 당시 놀라움을 표했던 이곳은 원래 저지대 논이었다. 미군은 기지 내 침수를 막기 위해 3m 높이의 복토(흙덮기) 작업을 통해 지반을 높였다.

 미군 관계자는 "이곳에는 뉴욕 양키스 스타디움 50여개를 메울 흙이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현재 기지 절반은 전투시설, 나머지 절반은 주거용 아파트와 쇼핑몰, 영화관 등 생활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험프리스 투어에서 가장 먼저 만난 곳은 기지 가운데 광활하게 펼쳐진 '데지데리오(Desiderio) 활주로'. 미군 관계자에 따르면 이곳은 해외 미군기지 중 가장 이착륙이 가장 많은 곳으로, 미군이 운용하는 각종 정찰기도 이곳에 있다.

 관계자는 "고정익 항공기의 이착륙 가능하며, 헬기와 같은 회전익 항공기가 많이 있다"고 말했다.

 기갑부대나 포병부대 등이 시뮬레이션 훈련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넓은 대지에 조성돼 있다. 험프리스에는 철도 터미널이 별도로 있어서 열차를 이용해 포천 로드리게스 사격장에서 실사격을 하고, 이곳에서는 사격없이 시뮬레이션을 한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서울=뉴시스】김성진 기자 = 주한미군은 29일 오전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유엔군 및 주한미군 사령부 청사 개관식 행사를 가졌다. 사진은 캠프 험프리스 내 푸드코트. 이곳에는 스타벅스, 버거킹뿐만 아니라 미국 외식 프랜차이즈 등이 다양하게 입주해있다. 2018.06.29.ksj87@newsis.com
험프리스 도로 주변 곳곳에 수송단들과 함께 군용 수송차량을 쉽게 만나볼 수 있었다. 도하차량도 간혹 눈에 띄었다.

 전투시설들만큼이나 눈에 들어오는 것은 미군과 한국군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까지 머무르는 생활시설 단지였다. 그 규모는 가히 작은 도시라고 부를 만했다.

 현재 험프리스에는 미군과 한국군, 직원, 미군 가족 등을 포함해 2만3000여 명이 살고 있다. 이들의 생활도 전투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다.

 미군 관계자에 따르면 내년 이전이 예정된 미 2사단 등이 들어오면 2022년까지 미군과 가족 등만 3만6000여 명이 험프리스에 자리잡을 예정이다. 여기에 한국군과 그 가족까지 포함할 경우 4만3000여 명까지 추산된다.

 험프리스 안에는 미군 가족을 위한 거주용 타워형 아파트, 아파트형 막사인 '배럭스(barracks)'뿐만 아니라 초·중·고등학교와 함께 대학 학위를 받을 수 있는 '에듀케이션 센터(Education center)'까지 조성돼 있다.

 미군 관계자는 "험프리스 고등학교에만 1000명 이상의 학생이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김성진 기자 = 주한미군은 29일 오전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유엔군 및 주한미군 사령부 청사 개관식 행사를 가졌다. 사진은 캠프 험프리스 모습. 곳곳에 타워크레인이 세워져있다. 2018.06.29.ksj87@newsis.com
이곳에는 초등학교 2개와 중학교 1개, 고등학교 1개가 있다. 에듀케이션 센터는 우리로 치면 평생교육원이나 사이버대학 같은 개념으로 미국 내 대학과 연계해 학위를 수여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종합병원과 치과병원, AFN 방송국, 대형 체육관, 영화관, 쇼핑몰, 푸드코드 등 생활에 필요한 시설이 다양하게 들어서 있다.

 용산기지 원투원 미군병원을 대신할 종합병원이 신축돼 있다. 다만 의료기구 반입 등의 절차가 까다로워 실제 완공은 2020년 이후에나 될 것이라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치과병원도 함께 운영된다.

 대형체육관(Super gym)도 있다. 농구장과 수영장 등의 시설이 갖춰진 체육관 시설은 해외 미군부대 중 가장 크게 지어졌다.

 점심시간에 찾아간 푸드코트에는 스타벅스나 버거킹 같은 익숙한 미국 브랜드뿐만 아니라 미군의 향수를 최대한 덜어줄 만한 미국 외식 프랜차이즈가 다양하게 들어와 있다.

 푸드코트 옆으로는 한국 기념품 가게뿐만 아니라 개인 배낭 등을 파는 군용물품 가게, 아디다스같은 스포츠 매장 등이 자리잡고 있다. 대형 PX도 바로 옆에 있었으나, 미국 시민권자만 이용이 가능하다.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29일 오전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등 한미 군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주한미군사령부 개관식이 열리고 있다. 2018.06.29.photo@newsis.com
'에이픽스'라고 불리는 이곳 푸드코드·쇼핑센터에는 많은 한국인들이 근무 중이다. 카페에서 만난 한 직원은 "미군 가족은 아니고 파견업체를 통해 이곳에 들어와 근무한다"고 말했다.

 이날 짧은 시간 둘러본 캠프 험프리스는 가히 도시라고 할 만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한미 동맹의 새로운 상징이 된 이곳의 발전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한미 군 당국은 2020년을 목표로 주한미군기지 이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차창을 통해 바라본 험프리스 상공 곳곳에 타워크레인이 서 있었다. 주한미군사령부 앞으로 돌아오자, 미군들이 행사에 사용된 '예포'를 수송차량에 하나씩 싣고 있었다.

 주한미군사령부는 이날 주둔 73년만에 용산을 떠나 캠프 험프리스에 새 둥지를 틀었다. 참모들과 소속 병력들은 2~3개월간 단계적으로 이곳에 입주할 예정이다.

 이날 오전, 초대 한미 연합사령관인 존 베시 장군을 기리는 예포가 연병장 '바커 필드'에서 터져나와 험프리스 곳곳에서 울렸다. 주한미군의 새 청사 이름은 존 베시 장군의 이름을 따 '존 베시 유엔군사령부 겸 주한미군사령부 본부'로 명명됐다.

 빈센트 브룩스 유엔군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은 이날 "캠프 험프리스는 10년의 시간과 10조80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됐다"며 "대한민국은 비용의 90% 이상을 부담했다. 그 90%를 위해 미국은 100% 여러분과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ksj8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