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중 자사고·일반고의 중복 지원을 금지한 조항에 대해 위헌으로 결정내린 것은 학교 측의 학생선발권과 학생·학부모의 학교선택권 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다.
앞서 교육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고쳐 올해 말부터 자사고·외고·국제고 지원자가 일반고에 동시에 지원하지 못하도록 했다.
특목고·자사고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만큼 주무부처인 교육부는 특목고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에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그러나 자사고 일반고 전환 초기 단계부터 '헌재의 위헌 결정'이라는 암초를 만나면서 특목고와 자사고를 폐지해 특목고-자사고-일반고로 서열화된 고교체계를 단순하고 공정하게 만들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고입 동시 실시는 고교 체계 개편 3단계 로드맵 중 첫 단계다. 교육부는 1단계를 시행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지난해 11월 자사고와 외고·국제고 등 특목고가 일반고와 동시에 신입생을 선발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당시 교육부는 "특목고와 자사고 폐지수순은 아니다"면서 "외고, 국제고,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포함한 고교체계 개편은 추후 국가교육회의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특목고와 자사고 폐지의 시작으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많았다. 고교 체계를 단순하고 공정하게 만들어 교육 특권을 없애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그러나 고입 동시 실시는 위헌이라는 헌재의 결정에 따라 고교서열화 해소의 첫걸음부터 흔들리게 됐다. 자연스럽게 학교운영 성과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기준에 못 미치는 학교를 지정 취소하거나 일반고 전환을 희망하는 학교를 일반고로 단계적으로 전환하겠다는 2단계와 국가교육회의를 통해 외고·자사고 일반고 전환을 논의하겠다는 3단계도 예정대로 추진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부터 ‘고교체제개선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구체적인 자사고 폐지 방안을 모색해온 서울·인천·전북 등 이른바 진보 교육감들이 있는교육청들도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교육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며 고교 체계 개선에 나서면서 외고·자사고 폐지에 드라이브를 걸었는데 헌재의 고입 동시 실시 위헌 결정으로 급브레이크가 걸렸기 때문이다.
해당 교육청들은 "외고·자사고가 고교 서열화를 부추기고, 설립 취지와는 달리 입시 위주의 교육, 고교 서열화 등 부작용을 야기했다"며 외고·자사고 폐지를 추진해왔다.
내년 중 서울시교육청, 2020년 경기·부산 등 교육청이 외고·자사고·국제고에 대한 학교 운영 평가를 실시해 기준에 못 미치는 학교를 지정 취소하는 방식으로 외고·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할 방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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