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퍼필드는 이날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신사옥의 의미 등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건축디자인계의 아카데미상이라고 불리는 '스털링상' 등 지금까지 100여건의 건축상을 수상한 인물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건축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완공된 아모레퍼시픽의 신사옥은 지하 7층, 지상 22층 규모로 만들어졌다. 1층은 안내데스크와 문화공간이, 2~3층은 450석 규모의 대강당 등 공용 문화공간, 5층은 마사지 서비스, 피트니스센터 등 임직원 전용 복지 공간, 6~22층은 오피스 공간 등으로 이뤄져 있다.
치퍼필드는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을 설계할 때 임직원들의 업무시설로서 소속감과 애사심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인 동시에 지역주민, 지역사회와 서로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작은 공동체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데 초첨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그는 "건물의 외관도 물론 중요하지만 일하는 공간과 사회적 공간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서경배 대표의 이념을 생각했을 때 신사옥은 일하는 공간일 뿐아니라 직원들이 소통을 하는 중요한 공간으로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가 1988년 처음 한국에 방문했을 당시 조선 도자기 특히 조선백자에 매료돼 하나씩 수집했고, 이것이 계기가 돼 아이디어로 이어졌다.
치퍼필드는 "어떻게하면 서울의 전경에 이바지하면서도 기업 이념을 잘 드러내는 건물을 지을수 있을지 고민했는데 조선백자에서 건물의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조선백자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 예술의 정점을 보여 주는 결정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처음 건물의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때와 비교해 주변 환경이 굉장히 빨리 변하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를 설계 당시에도 추측할 수 있었다"면서 "시끄럽고 고층빌딩이 많은 곳에서는 고요함을 가진 빌딩이 더 큰 소리를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치퍼필드는 한옥의 중정에 매료돼 이를 건물 안으로 끌어들여 '루프 가든'도 설계했다. 루프가든은 5층과 11층, 17층에 마련된 건물 속 세 개의 정원이다. 또 건물 외관 파사드는 유선형의 수직 알루미늄 핀을 설치해 직사광선으로 인한 눈부심을 막아주고, 자연 채광을 실내 공간에 확산시키는 등 세심함도 보였다.
치퍼필드는 신사옥에 대해 작은 마을로서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이 건물은 문이 사방에 나 있어 이를 통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이용하고, 주변 사람들을 끌어 모으도록 하는 작은 마을로서의 역할을 한다"며 "인근에 용산 가족공원이 완공될 경우 도시와 공원을 이어주는 게이트웨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you@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