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에 많은 시간 걸려"
【서울=뉴시스】 오애리 기자 = 구 소련의 비핵화 방안을 주도했던 샘 넌 전 상원의원과 리처드 루거 전 상원의원은 7일(현지시간) 공영방송 NPR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구소련 국가들의 비핵화 과정에 관해 설명해줬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들에게 올바른 질문을 했고 먼저 연락를 취해 자신들의 경험을 경청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넌 전 상원의원은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만나 북한 비핵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을 때 두 사람이 북미정상회담을 어떻게 접근할지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진전이 이뤄지고 있는 것같다( I think there is a work in progress now)"고 답했다. 또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면서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들이 좋은 결과( a good result)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그는 "비핵화에 속도를 내려는 것은 이해할만한 일이지만 스피드와 안전 간에는 긴장이 있다"고 말했다. 또 "스피드와 비준 간에도 긴장이 있다"며 " (비핵화)속도와 의회에 관련정보를 제공하는 것 간에 실질적 긴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것에는 균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괄적 비핵화는 비현실적이란 이야기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넌 전 상원의원은 "(구소련 비핵화에 관한)넌-루거(법)개념은 기본적으로 어떤 목적, 특정한 (핵프로그램)해체가 일어나도록 미국이 전문지식과 장비들을 비치해준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퍼포먼스(핵폐기)를 위해 기본적으로 지불한다(You basically pay for the performance)"고 덧붙였다.
"북한에 실질적으로 돈을 준다는 의미냐, 아니면 제재 해제를 말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루거 전 상원의원은 "퍼포먼스에 지불한다는 것은 돈이 들어갈 때에는 정확하게 (원하는 일이)일어난다는 책임성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핵화 또는 화학무기와 생화학 무기를 제거하는데 있어 즉시 해야하는 부분이 있지만, 많은 시간이 걸리는 다른 면도 있다((there are some aspects of denuclearization or getting rid of chemical and biological weapons - that ought to take place right away but others that are going to take a lot of time)"고 설명했다. 루거 전 의원은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싱가포르로 가면서 계획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넌 전 의원은 "미국과 러시아 전문가팀이 필요하면 북한 사람들을 도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 기술자와 과학자들이 대량파괴무기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비핵화 과정에 동참시키고 일자리도 보장해주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들이 중동에 자리잡는 것을 바라지 않으며, 그들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무기를 만들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넌 전 의원은 특히 "이번 북미정상회담이 세부사항이 아니라 광범위한 목표들(broad goals)에 집중하기를 바란다"며 "미국 대통령이 모든 검증을 다루는 탄탄한 합의를 가지고 오는 것을 기대하지 말라"고 말했다.
루거 전 상원의원은 "북한은 핵무기를 정권 존립의 핵심으로 여기지만, 경제가 발전하려면 세계와 협상해야한다는 것도 이해하고 있다" 며 "이번이 정치적으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북한 비핵화에 과연 진정성을 가지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중국은 일본과 한국이 핵무기를 갖는 것을 원치않는다. 중국의 국가적 이익은 한반도 비핵화이다"라고 말했다.
넌과 루거 전 상원의원이 발의한 '넌-루거법'은 소련 붕괴 후 러시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에 있던 핵, 생화학무기와 핵시설, 핵물질을 폐기할 수 있도록 미국이 기술적, 재정적 지원에 나서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미국은 1991년부터 2012년까지 총 150억~200억 달러의 재정 지원과 비핵화 기술을 제공해 구 소련 지역에서 비핵화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게 이뤄지도록 이끌었다.
펜스 부통령은 지난 5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두 전 상원의원을 만나 구 소련 핵무기를 폐기했던 역사적인 넌-루거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면서,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이들이 비핵화와 관련해 해준 조언에 감사를 표명했다. 이로서 트럼프 정부가 구 소련 비핵화 방식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넌 전 상원의원과 루거 전 상원의원은 지난 4월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에 공동으로 기고한 글에서 20년에 걸쳐 구 소련 비핵화를 주도해 역사적으로 증명된 넌-루거 프로그램을 북한 비핵화 절차에 적용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aeri@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