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대북 특사단 방미…트럼프 대통령, 김정은과 대화 수락
북미, 비핵화방법론 놓고 5월 냉기류…북미 정상회담 전격취소
판문점·싱가포르·뉴욕서 최종조율…김영철, 워싱턴서 트럼프 예방
세기의 담판, 북미 정상회담의 시작은 지난 3월5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 등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사단의 평양 방문에서 비롯됐다.
정 실장은 방북 직후인 3월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접견한 결과를 청와대 춘추관에서 발표하며 "북측은 비핵화 문제 협의 및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용의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이어 정 실장은 8일(한국시간 9일) 워싱턴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접견하고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후 취재진에게 "김 위원장이 가능한 빨리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싶어한다는 뜻을 표명했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김 위원장의 초청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역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기대감으로 전세계가 들떴다. 아울러 얼마 뒤 남북 정상회담까지 확정되면서 한반도 정세는 한동안 '훈풍'이 불었다.
이후 북미 대화의 불씨를 당긴 것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비밀 방북이었다. 당시 폼페이오 장관은 국무장관 지명사 신분으로 3월31일~4월1일 부활절 주말을 틈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특사로 방북해 김 위원장을 만났다.
당시 폼페이오 장관과 김 위원장의 만남은 20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동한 후 18년 만에 이뤄진 북미 최고위급 회동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알리면서 "만남은 매우 원만하게 이루어졌으며, 좋은 관계가 형성됐다. 정상회담에 대한 세부사항들은 지금 해결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역사적인 4·27 남북 정상회담이 끝나고 다시 관심은 북미 정상회담으로 쏠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일(현지시간) 북미 정상회담 장소와 날짜를 며칠 안으로 발표하겠다고 밝히면서 다양한 추측성 보도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싱가포르 외에도 몽골 울란바토르, 스위스 제네바, 스웨덴 스톡홀름, 판문점 등이 회담 장소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북미 정상회담 시간과 날짜가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돌발 변수가 등장한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달 7~8일 중국의 전략적 요충지인 랴오닝성 다롄에 갑작스럽게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나면서 미국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게 된다.
특히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안보에 대한 우려도 일리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에 책임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도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북·중·미 사이에서 묘한 기류가 흐르는 가운데 폼페이오 장관의 2차 방북이 지난달 9일 이뤄지면서 북미 대화는 다시 훈풍을 탄다.
폼페이오 장관이 김 위원장과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된 세부사항을 조율하고, 북한에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3명과 함께 미국으로 귀환하면서 다시 돌파구가 열린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화 분위기는 얼마 가지 못했다. 북한이 지난달 16일 남북 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데 이어,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담화를 통해 "일방적인 핵포기만을 강요하려든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며 다가오는 조미(북미)수뇌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북미 대화의 냉각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특히 김 제1부상의 담화는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언급한 북한 비핵화의 리비아식 모델을 지적하면서 이를 따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이후 한반도의 정세는 급속도로 후퇴한다.
이러한 가운데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지난달 24일 트럼프 행정부 리비아식 비핵화 언급에 대해 "미국이 지금까지 체험하지 못했고 상상도 하지 못한 끔찍한 비극을 맛보게 할 수 있다"고 호언하면서 북미 간 분위기는 더욱 냉랭해졌다.
북미 대화가 자칫 무산될 위기에 처했지만 북한이 태도를 급선회하면서 다시 대화의 물꼬가 트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취소를 발표한 다음 날인 25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다"면서 북미 대화 재개를 시사한 것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도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될 수 있다고 화답하면서 북미 대화 재개 움직임이 감지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26일 극비에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4차 남북 정상회담을 열고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며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 개최를 측면에서 지원했다.
이후 북미는 판문점과 싱가포르, 뉴욕 등 여러 트랙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최종 조율에 나섰다. 특히 지난 1일(현지시간)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해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은 가시권에 들게 됐다.
세기의 담판이 될 북미 정상회담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 지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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