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서 탄도미사일 폐기 합의시 日도 비용부담해야
전문가들 "명분과 실리 얻는 대북지원 인프라 투자 이뤄져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대북 경제 지원과 관련해 "한국이 나설 것이고 중국과 일본이 도움을 줄 것"이라며 미국은 빠지겠다고 밝혔다. 이는 경제적 보상을 할 주체로 한·중·일을 직접 지목하면서 한반도 비핵화의 당사자인 한국이 주로 부담해야한다는 의사를 공식화한 것이다. 미국은 생색만 내고 막대한 비용은 한국 몫으로 떠넘기려한다는 지적이 나
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12일 오전 9시 싱가포르에서 '세기의 담판'이라고 불리는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면 비핵화의 구체적인 로드맵과 함께 비핵화의 보상 비용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북한에 무조건으로 '퍼주기'식이 아닌 우리의 명분과 실리를 얻는 방향으로 대북지원을 해야한다고 조언한다. 남궁영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한반도 비핵화의) 직접 당사자인 한국은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적극적인 메이커 역할을 했다"면서 "트럼프가 봤을때 한국은 북미회담, 북측 관계를 만들어나간 액터이기 때문에 한국이 가장 많이 비용을 낸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북한의 비핵화에 따른 보상 비용은 수십조원에서 수백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권혁철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북한의 핵을 폐기하는 데 드는 비용이 직간접 비용과 경제 원조를 포함하면 최대 270억 달러(약 28조9000억원)로 추산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춘(Fortune)과 영국의 유라이즌 캐피털 연구소는 북한이 비핵화를 하는 대가로 10년간 2조달러(한화 2150조원) 규모가 추산된다고 예상했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 비용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중국과 일본도 부담 비율과 액수를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남궁 교수는 "(북미 협상) 결과에 따라 다르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뿐만 아니라 일본 안보의 치명적인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의 폐기까지 합의했다면 (일본이) 국가안보를 위해 기꺼이 내야하고 트럼프도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중국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북한이 개혁개방으로 나아간다면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 선배로서 지원해주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미국이 1994년 제네바 합의 때도 북한 핵 동결의 대가인 경수로 건설 비용(46억달러)을 한국과 일본에 70%와 30%씩 부담토록 한 적이 있어 이번에도 유사하게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럴 경우 우리 정부의 부담 비율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북한 비핵화에 따른 대북지원을 하되, 무조건적이 아닌 명분과 실리를 얻을 수 있는 대북 경협 사업을 재개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국내에서 북한에 퍼준다는 여론이 있는데 이를 의식하면서 통일이 되면 우리 영토가 된다는 생각으로 우리에게 유리한 것부터 점진적으로 인프라를 투자해 나가야 한다"면서 "어느 정도 투자해서 북한 전역을 경제적으로 한국의 영향권 안에 둬야 통일됐을 때 국제사회 반발 없이 통합하는데 도움이 된다. 우리가 어느정도는 지원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일단 인도적 지원과 우리에게 이로운 개성공단, 산림협력, 철도·도로건설은 중국과 같이 협력해서 한다. 북한의 인프라 구축은 국제 컨소시엄을 만들어서 전세계 투자자금을 모으고 북한을 국제기구에 가입시켜서 경제개발을 하면 된다"며 "국제사회에서의 북한의 투자 기회를 늘리고 신의주나 나진선봉 등 북중 국경에 전략적으로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궁 교수는 "현명하게 명분과 실리를 얻어야 한다. 무조건 부담하는게 아니라 줄 것은 잘 주고 안줘도 될건 안주고, 받을건 잘 받는게 좋은 외교이자 협상"이라고 지적했다.
shoo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