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사와 한국칸트학회는 4일 칸트전집을 공개했다. 2013년 ‘칸트전집 간행사업단’을 꾸렸고 한국칸트학회 소속 학자 34명이 번역에 참여했다. 전체 16권 중 세 권을 1차로 선보였다.
초역 작품 수록, 기존의 축적된 연구성과 반영, 높은 가독성, 번역용어 통일, 꼼꼼한 주석과 해제로 기존의 번역서와 차별화한 칸트전집은 늦어도 2019년 가을까지는 완간할 예정이다. 여러 번의 심사를 거쳐 초벌 번역을 완성하고 다시 교정·교열과 편집을 거쳐 이번 세 권이 출간되기까지 5년이 걸렸다.
제 2, 5, 7권부터 나왔다. 2권 ‘비판기 이전 저작 Ⅱ(1755~1763)’, 5권 ‘학문으로 등장할 수 있는 미래의 모든 형이상학을 위한 서설·자연과학의 형이상학적 기초원리’, 7권 ‘도덕형이상학’이다. 2, 5권의 ‘자연과학의 형이상학적 기초원리’는 국내 초역이다.
5권은 ‘순수이성비판’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두 저술 ‘학문으로 등장할 수 있는 미래의 모든 형이상학을 위한 서설’과 ‘자연과학의 형이상학적 기초원리’를 엮었다. 김재호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강의교수가 번역했다.
7권은 ‘도덕형이상학’으로 ‘법론의 형이상학적 기초원리’와 ‘덕론의 형이상학적 기초원리’를 엮었다. 이충진 한성대학교 철학과 교수, 김수배 충남대학교 철학과 교수가 번역했다.
칸트철학은 학문적 성취를 재론하는 것이 불필요할만큼 인류의 사상 발전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오늘날에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논의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많은 학자가 칸트철학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칸트철학의 면모를 살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텍스트로 연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칸트전집이다.
그 다음으로 유명한 것이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1990년대부터 출간해 2012년 총 15권으로 완간한 ‘케임브리지판 임마누엘 칸트전집(The Cambridge Edition of the Works of Immanuel Kant)’이다. 이 번역판이 영미권을 대표하는 칸트전집이다. 일본에서는 1960년대에 이미 전집이 출간됐고 최근에는 이와나미 출판사가 번역을 다듬어 22권으로 펴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칸트가 처음 소개된 지 100년이 넘었는데도 칸트전집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칸트의 주요 저서는 대부분 번역 출간됐고 ‘순수이성비판’은 번역서가 16종이나 나와 있기는 하다. 그러나 비판기 이전의 대부분 저작과 서한집, 유작, 강의 등은 전혀 번역되지 않았었다. 번역이 많이 된 책은 역자마다 용어를 달리 써 독자에게 혼란을 주거나 직역에만 치중해 가독성이 떨어졌다. 번역이 안 된 책은 연구의 불균형을 심화했다.
이번 한길사의 칸트전집은 우리나라 최초의 칸트 전집일뿐더러 국내 권위자들이 모인 집단이 책임지고 기획·번역한 ‘정본’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번역자들이 오역을 최대한 줄이면서 학술 저서 번역 시 허용 범위에서 가독성을 높여 번역하기 위해 노력했다. 번역 용어 통일에 대한 학술적 논의를 위해 ‘용어조정위원회’를 구성하고 두차례의 학술대회와 조정을 거쳤다.
아프리오리는 ‘선천적’이라고 번역하면 칸트의 생각을 곡해하는 것이다. 대안으로 써온 ‘선험적’은 아프리오리가 가진 뜻을 일정부분 축소할 수 있다. 또 아프리오리를 ‘선험적’이라고 번역했을 때 트란젠덴탈을 번역할 적절한 용어가 없어져버리기 때문에 음역하기로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용어조정위원회는 논의 끝에 ‘번역용어집’을 만들어 칸트철학의 주요 용어를 정하고 이를 다시 ‘필수 용어’와 ‘제안 용어’로 구분했다. 필수 용어는 칸트전집에서 필수적으로 통일했으며, 나머지 제안 용어는 각 옮긴이의 판단에 따라 수용하거나 다른 용어로 바꿔 사용했다. 단, 바꿔 사용한 경우에는 이를 옮긴이 주에서 반드시 밝히도록 해 칸트전집 전체의 통일성을 해치지 않도록 했다.
‘해제와 역주위원회’도 결성해 ‘해제와 역주 작성 원칙’을 마련하고 이를 칸트전집 전체에 적용하도록 했다. ‘번역용어집’과 ‘해제와 역주 작성 원칙’은 한국칸트학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2권 비판기 이전 저작 Ⅱ(1755~1763), 김상봉·이남원·김상현 옮김, 528쪽, 3만5,000원. 5권 학문으로 등장할 수 있는 미래의 모든 형이상학을 위한 서설·자연과학의 형이상학적 기초원리, 김재호 옮김, 408쪽, 3만2000원. 7권 도덕형이상학, 이충진·김수배 옮김, 504쪽, 3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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