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평양을 방문한 러시아투데이(RT) 기자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개인 별장(초대소)을 방문해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만난 일화를 공개했다.

 31일(현지시간) RT에 따르면 이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이무장관의 방북 일정에 동행한 일리야 페트렌코 기자는 김 위원장의 개인 별장에서 김 제1부부장을 만날 기회를 얻었다.

 페트렌코는 라브로프 장관과 김 위원장의 회담을 몇 시간 앞두고 기자들이 평양의 한 호텔에 집합해 수색을 받고 통신기기를 제출했다며, 이후 RT 취재단이 아무 표시가 돼 있지 않은 작은 버스로 안내받았다고 전했다.

 페트렌코는 "우리가 어디 가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운전기사는 영어도 러시아어도 못했다"며 "이동할수록 거리에 보이는 사람이 줄었다. 나중에 가선 도로가 텅비었고 경찰 행렬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뒤 김일성 국방위원장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거대한 포스터로 꾸며진 거대한 석조 건물이 보였고 단지 내 외딴 곳으로 들어가자 작지만 화려한 빌라 하나가 나타났다고 전했다.

 페트렌코는 이 건물이 김 위원장의 개인저택 '파빌리온 오브 더 헌드레드 가든스'(Pavilion of the Hundred Gardens)라고 설명했다. 이어 목조 문이 열리자 한 여성이 나왔는 데 바로 김 제1부부장이였다.

 페트렌코는 "회색 치마 정장을 입은 그가 저택의 안주인마냥 입구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었다"며 "내가 영어로 인사하자 그가 웃으며 '헬로우'(Hello)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페트렌코는 뒤이어 김 위원장도 나왔다며 그가 비싼 시계를 차고 있었으며, 여동생의 얼굴빛이 창백한 반면 김 위원장은 햇볕에 그을린 모습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기자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으며 여유있고 자신감 넘쳐 보였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사람같아 보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페트렌코는 이날 오후 내내 김 제1부부장이 김 위원장의 친밀한 개인 보좌관 역할을 했지만 라브로프 장관과의 회동이 시작되자 통역사 한 명만 남아 김 위원장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진 촬영 시간이 끝난 뒤 기자들은 철수했으며 라브로프 장관과 김 위원장이 한 시간 가량 비밀리에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또 회담이 끝난 뒤 두 사람이 만족한듯 미소를 지으며 등장했다고 전했다.

 그는 라브로프 장관이 김 위원장에 러시아 전통식 상자에 담긴 선물을 줬는데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회담이 종료되자마자 기자들은 서둘러 차량에 탑승해야 했으며 휴대전화를 돌려받은 뒤 도로를 타고 공항으로 직행해 출국했다고 전했다.

 페트렌코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대부분 북한 기자들도 우리가 방문한 장소에 발을 붙일 기회를 얻지 못할 것"이라며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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