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일반 주민들의 솔직한 속마음을 듣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방문객들은 철저히 감시를 받고 외부 세계와의 의사소통은 철저히 차단되기 때문이다.
영국 BBC 방송의 '빅토리아 더비셔' 프로그램은 북한 일반 주민들이 최고 지도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난 수개월 간 극비리에 많은 북한 주민들과 접촉했다. 그 결과 2명으로부터 솔직한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고 29일 보도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신분이 드러날 경우 강제수용소로 보내지거나 심지어 죽음을 맞을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BBC에 김정은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시장 상인 선희(가명)라는 여성은 "(북한)사람들은 대부분 김정은에 대해 장삿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편 및 두 딸과 함께 살고 있는 그녀는 "사람들은 김정은이 우리와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다만 그(김정은)는 우리의 돈을 빼앗아가고 있을 뿐이다. 그는 흡혈귀처럼 어떻게 우리의 돈을 빼앗을 것인지만을 궁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BBC는 선희의 신분이 탄로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녀를 가명으로 처리하는 등 필요한 모든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그녀의 신분이 드러나면 그녀뿐만 아니라 그녀의 가족 3대가 모두 강제수용소로 보낼질 수도 있다.
데일리 NK에 따르면 선희처럼 시장에서의 판매에 직간접적으로 삶을 의지하는 북한 사람의 숫자는 500만명을 넘는다. BBC는 이번 취재에 데일리 NK의 북한 내 취재 네트워크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북한에서 시장 거래는 북한 체제의 강경한 공산주의 입장을 많이 약화시키고 있다. 국가의 배급 체계가 무너지고 북한에 대한 외국의 제제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시장 거래는 북한 주민들에게 먹고살 수 있는 길을 제공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990년대 중반의 '고난의 행군' 운동을 다시 펼칠 수 없는 입장이다.
선희씨는 그러나 김정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골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시장 활동에 간섭하지 않고 내버려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녀는 설명했다.
시장은 북한 주민들에게 먹고 사는데 필요한 여러 물품들을 제공해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나 소문들을 알려주기도 한다. 선희는 "미국 대통령이 (북한으로)오고 있다는 얘기를 시장에서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북미)회담에 대해 사람들은 많이 알지 못한다. 그러나 누구나 다 미국을 좋아 하지 않는다. 우리가 가난한 것은 미국이 우리를 갈라놓았고 남한과 접촉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선희씨는 또 과거 한국과 미국에 적대적이던 북한의 선전 체제도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들(북한 당국)은 우리가 남한과 잘 지내야 한다고 말한다. 모든 사람들이 더 잘 살기 위해서는 미국과도 평화롭게 지내야 한다고도 말한다"고 밝혔다. 이는 중요한 변화이다.
북한 인민군에서 일하는 철호(가명)는 "내 소망은 죽을 때까지 아프지 않고 남들을 부러워 하지도 않으면서 잘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들도 그러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삶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는 사람들이 많다고 밝혔다. 철호는 "때때로 잘못 말했다는 이유로 보위부에 끌려가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이 갑자기 실종되는 일도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가 말하는 실종은 강제수용소에 보내지는 것을 말한다. 국제 인권단체 앰너스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북한 강제수용소에 수용된 사람들은 약 2만명에 이른다.
선희씨는 강제수용소에 대해 사회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테러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녀는 많은 북한 사람들이 남한에 대해 알고 싶어하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한국 드라마 등을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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