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은 28일 오후 8시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온두라스와 친선경기에서 주장으로 나섰다. 대표팀 주장인 기성용이 허리 통증으로 엔트리에서 빠지면서 출전 선수 중 A매치 경험이 가장 많은 손흥민이 하루동안 완장을 찼다.
전반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손발을 맞춘 기간이 길지 않았던 탓인지 선수들은 호흡에서 엇박자를 냈다. 패스와 드리블의 세밀함도 정상과는 분명 거리가 있었다.
손흥민은 후반 15분 왼발 중거리 슛 한 방으로 경기 분위기를 180도 바꿨다. 이승우(베로나)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은 한 차례 드리블로 각을 만든 뒤 왼발슛을 날려 선제골을 기록했다. 덕분에 한국은 온두라스를 2-0으로 꺾고 2018 러시아월드컵 전 4차례 평가전의 서막을 승리로 장식했다.
손흥민은 "역습 상황에서 빠르게 공격적으로 패스가 나가야 (황)희찬이랑 내가 빠른 템포를 유지할텐데 그런 부분이 좀 아쉬웠다. 공을 빼앗은 뒤 횡패스, 백패스가 나오면 온두라스 선수들이 자리를 잡아 뚫기가 어렵다"면서 "후반전에는 (주)세종이형과 (정)우영이형이 좀 더 전진 패스를 해줘 우리가 좀 더 나아진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주장을 맡은 것을 두고는 "대표팀에서는 처음이라 감회가 새로웠다. 주장 완장을 차고 대표팀 경기를 뛰는 것은 꿈이고 행복한 일이다. 말로 표현이 안 된다"고 감격스러워했다. "팬들과 축구 관계자, 선수들, 코칭스태프, 감독님 등이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 책임감을 더 느꼈다. (기)성용이형이 얼마나 대단하고 잘하고 있는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고 웃었다.
주장을 맡을 훌쩍 자란 손흥민은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이승우, 문선민(인천), 오반석(제주)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경험 없는 선수들이 이 정도로 좋은 경기력을 펼쳤다는 것은 충분히 박수 받을만 하다. 내 데뷔 때를 떠올리면 시간이 빠르다고 느낀다. A매치 데뷔가 어려운데 잘해줘서 너무 고맙다. 스쿼드가 좋아진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메인 무대가 아닌 월드컵이 메인 무대다. 그 선수들도 오늘 경기 잘했다고 만족하지 않았으면 한다."
손흥민은 2-0이라는 결과에 반색하면서도, 지금보다 더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3일 간 훈련을 강도 높게 했는데 그 와중에 잘한 것은 칭찬할 부분"이라는 손흥민은 "월드컵에서는 이 정도로는 안 된다.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승리를 자축하지 않고 더 배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다음달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보스니아와 격돌한다. 월드컵 전 국내에서 열리는 마지막 평가전이다. 선전을 다짐하는 출정식도 예정됐다.
손흥민은 "4년 전 출정식 때 튀니지전에서 안 좋은 결과를 갖고 월드컵에 갔다. 축구팬들이 실망을 많이 하셨을 것이다. 월드컵에 간다고 인사하는 자리에서 안 좋은 결과를 갖고 오면 내가 축구팬이라도 기분이 안 좋을 것"이라면서 "경기력이 문제가 아닌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고 꼭 말하고 싶다. 월드컵이 다가온다는 것을 우리가 꼭 경기력으로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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