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LG디지털파크 가보니…올레드TV 화질 좋은 이유 있었네

기사등록 2018/05/24 10:05:31

1000개 이상의 화질요소를 관리하는 '화질 측정 시스템'

'스스로 척척' 2년 연구해 완성된 인공지능 화질엔진 '알파9'

지역·장르별 화질·소리 다르다 맞춤형 '화질/사운드 튜닝'

【서울=뉴시스】김지은 기자 = 사방이 깜깜한 암실환경에서 높이 2미터가 넘는 거대한 장비에 부착된 65인치 TV가 회전한다. 디스플레이 특성을 정확히 측정하기 위한 '화질 자동 측정 시스템(Picture Quality Performance System)'이 구동되는 단면이다.

지난 23일 찾은 경기도 평택의 'LG 디지털 파크'는 LG전자의 OLED(올레드) TV 연구·개발로 분주했다. 제품 조립과 품질 인정 시험 항목 등은 워낙 민감한 보안사항이라 외부에 공개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다.

'LG 디지털 파크'는 연구개발, 생산, 품질, 교육을 모두 아우르는 LG전자의 핵심 제조복합단지다. 축구장 90개(약 19만5000평) 크기로 웅장한데 그 중심에 TV와 오디오를 담당하는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R&D)가 자리 잡고 있다.

LG 디지털 파크 정문을 들어서면 지하1층 지상 3층 규모의 거대한 R1동이 눈에 들어온다. 가로 약 240미터, 세로 약 130미터 크기의 R1동은 건축 면적만 1만평이 넘는다. 축구장 5개 크기와 맞먹는 크기로 LG 디지털 파크에서 가장 큰 건물이기도 하다.

이곳 R1동 2층에 올레드 TV의 화질과 음질을 책임지는 ‘TV화질/음질 개발실’이 있다.

화질 자동 측정 시스템'은 기본이자 핵심이다. 화질 측정 장비에 TV를 부착하고 측정기를 세팅하자, 기계가 정면대비 좌우상하뿐 아니라, 대각선 방향까지 총 720도를 회전하며 자동으로 화질을 측정했다. 주방에서 설거지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며 측정한다고 했는데 과장은 아니었다. 자동 장치이지만 하루를 꼬박 보고 또 보는 것도 부지기수라고 한다.

이날 공개 현장에서는 65인치와 77인치 TV가 돌아갔지만 최대 120인치 크기의 디스플레이까지 측정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디스플레이의 휘도(밝기), 명암비, 시야각, 색재현율 등 모델별로 1000개 이상의 세부 화질 특성을 측정하고 분석한다. 새삼 기술의 발달 속도에 버금가는 측정 장비의 진화도 체감할 수 있었다.

취재 편의상 커튼을 치우고 조명등을 켰지만 화질 자동 측정 시스템 주변으로는 빛을 가리는 암막 커튼이 2중으로 쳐져 있다. 1차로 창문을 막고, 2차로 측정 시스템 주변을 막는다. 완벽한 암실환경이어야 정확한 측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TV화질팀 박유 책임연구원 "올레드 TV의 최고 강점 중 하나가 3300만개의 서브픽셀이 스스로 빛을 내고 꺼져 완벽한 블랙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화질 자동 측정 시스템을 통해 좌우상하 어느 방향으로 회전하며 측정하더라도 변화가 없는 완벽한 블랙을 보여준다"고 자신했다.

'좋은 화질'에 대한 기준을 잡는 것도 중요하다. 화질팀은 소비자들의 TV 시청 환경과 선호하는 화질에 대해 분석하느라 바빴다.

연구원들은 실생활룸에서 우리나라나 동남아시아 같이 형광등 같은 직접조명 아래서 TV를 시청했다가 붉은 빛이 나는 스탠드를 간접조명으로 많이 사용하는 유럽의 TV 시청환경도 구현했다. 
올레드 TV라고 다 같은 게 아니었다. 인공지능 화질엔진 '알파9'이 적용된 올해 신제품을 재생하자 기본적으로 색상이 밝고 더 또렷했다.

'알파9' 핵심 기능은 ▲4단계 잡음 제거 ▲입체감 강화 ▲정교한 색상보정 알고리즘이다.

먼저 영상의 깨진 부분이나 잡티를 제거하더니 영상에 줄이 생기는 밴딩 노이즈나 색상의 뭉개짐을 완화해줬다. 또 사물과 배경을 분리한 후 각각 최적의 명암비와 채도를 찾아 사물은 선명해지고 배경은 원근감이 더해져 더욱 입체적인 영상이 만들어졌다.

LG전자는 "올해 LG 올레드 TV 신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인공지능 화질엔진 '알파9'을 적용한 것"이라며 "'알파9'은 스스로 영상을 분석해 최적의 화질을 만들어 준다"고 장담했다.

TV화질팀 박성진 책임연구원은 "자연색 그대로 볼 수 있는 올레드 패널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화질엔진을 만들기 위해 2년여의 개발 기간을 들였다"며 "알파9은 CPU(중앙처리장치)와 GPU(그래픽처리장치)를 모두 이용해 영상을 처리한다. GPU를 통해 영상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보다 빠르게 최적의 화질을 찾아준다"고 설명했다.
올레드 TV는 화질이 강점이지만 실감나고 입체감 있게 소리를 표현하는 게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R1동에서 300미터 정도 떨어진 G3동에는 TV 음질 성능을 평가하는 무향실과 청음실이 있다.

무향실(無響室)은 말 그대로 소리의 울림이 없는 방이다. 처음 무향실에 들어서자 귀가 먹먹해진 느낌이 들었다. 주변에서 반사돼 들려오는 자연스러운 소리가 사라지기 때문이란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듣는 소리는 70~80%가 주변 물체에 부딪혀 반사돼 들린다.

방안은 고성능 흡음재가 마치 돌기처럼 튀어나와 벽면 전체를 감쌌다. 외부진동을 억제하기 위해서 바닥으로부터 1m 정도 높이에 철망을 깔고 TV와 마이크 하나만을 두고 측정한다.

이곳에서 측정하는 요소는 음향 주파수다.  천장, 벽, 바닥 등에서 발생하는 소리의 반사가 0에 가깝게 설계돼 순수하게 TV에서 나오는 소리만 측정할 수 있다. 주파수를 들려달라고 하자 '딱' 소리가 났다. 맥없이 짧게 이어진 소리에 황당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밖으로 나와 보니 데이터 그래프가 한 눈에 들어왔다. 최대한 원음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그래프가 가지런하게 나올 때까지 반복 또 반복했다.

TV음질팀 윤현승 책임연구원은 "TV 스피커가 얼마나 큰 소리를 낼 수 있는지, 얼마나 고르게 음을 내는지, 음의 왜곡이 작은지 등을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며 "모델별로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 이상 측정한다"고 했다.

무향실에서 주파수의 특성을 측정했다면 청음실에서는 실제 소리를 들어보고 평가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무향실과 달리 청음실은 적절한 소리의 반사가 이뤄지도록, 마치 작은 콘서트 홀 같이 설계됐다.

청음실에서는 TV의 소리를 들으며 음의 왜곡과 균형을 잡아주는 튜닝을 진행했다. 저음이 약하면 저음을 강화해주는 등 제품에 맞는 최적의 사운드를 찾는 작업이다.

연구원들은 제품을 개발하면서 무향실과 청음실을 오가며, 동일한 모델에 대해 측정과 청음 작업을 거쳤다. 시대에 따라, 지역에 따라 소비자들이 원하는 소리를 찾기 위함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개발된 것이 입체음향 시스템이다. LG전자가 올레드 TV와 슈퍼 울트라 HD TV에 채택한 '돌비 애트모스'를 적용하자 화면상의 사물의 움직임이나 위치에 따라 소리가 사용자의 앞이나 뒤, 위에서 들렸다. 때문에 더욱 입체적이고 사실적인 공간감을 제공했다.

여기에 '스마트 사운드'와 '공간인식 사운드'를 작동하자 최적의 음향효과를 자동으로 적용했다. 뉴스는 명료한 소리를, 음악방송은 고음질의 풍성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식이다.

박종하 책임연구원은 "뉴스, 드라마 등이 방송 콘텐츠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90년대 이전까지는 소리의 명료도를 최우선시 했는데 최근 영화와 같이 사운드가 강조된 콘텐츠가 많아지면서 실감나고 입체감 있게 소리를 표현하는 게 중요해졌다"며 "지역별로 맞춤형 사운드를 제공하기 위해 매년 수백 가지 사운드를 테스트하고 튜닝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