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불자 사연 담은 공연에 눈물바다
진실규명 의지 담은 기념사에 희망
【광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오월 영령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고 넋을 위로하기 위한 38번째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은 세상에서 가장 길었던 열흘간의 항쟁을 감동으로 승화시켰다.
행방불명자 사연을 담은 추모 공연과 1980년 당시 가두방송, 진실 규명 의지를 담은 기념사는 광주의 슬픔을 찬란함으로 치유했다.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에 떨리는 목소리가 가는 빗줄기를 뚫고 나왔다.
"광주시민 여러분, 우리 형제·자매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집에서 편안하게 주무실 수 있습니까. 여러분이 우리 형제·자매들을 살려주십시오."
5·18 때 시민 참여 독려를 위해 가두방송을 진행했던 전옥주(68·여·본명 전춘심) 씨의 애절한 울림으로 기념식이 시작됐다.
경과보고 등 공식 행사가 진행되며 경건하고 엄숙해진 분위기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기념사로 이어졌다.
이 총리는 기념사 서두에 울컥하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내 "신군부의 총칼에 주먹밥을 나누며 투쟁한 광주는 무릎꿇지 않았다"고 말했다.
"군이 5·18 역사 왜곡을 주도했지만, 진실이 규명돼 책임이 가려질 것"이라고 정부의 진상 규명 의지를 단호히 드러냈다.
"책임져야할 사람이 사실을 왜곡하고 광주의 명예를 훼손했다. 진실의 심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옛 전남도청 원형 보존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발언에 기념식장 곳곳에서 박수 소리가 이어졌다.
특히 윤상원 열사의 '오늘은 패배할 것이다. 그러나 내일의 역사는 우리를 승리자로 만들 것'이라는 발언을 인용해 "광주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하겠다"는 이 총리의 묵직한 메시지는 오월 유가족의 눈시울을 붉혔고, 진실이 규명될 것이라는 희망을 안겼다.
기념사 뒤 진행된 추모공연 또한 참석자들의 가슴을 울렸다. 시네라마 공연에는 1980년 5월 행방불명된 이창현(당시 8살) 군의 가슴 아픈 사연이 담겼다.
'38년이 380년 같았다. 아들은 아직도 대답이 없다'는 배우의 절규와 영상으로 보여진 계엄군의 잔혹함은 '5·18이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했다.
광주의 참상을 세계에 알린 고(故) 찰스 헌트리 목사의 부인 마사 헌트리(76) 여사가 낭독한 '남편에게 전하는 편지'도 잔잔한 감동을 전했다.
'광주시민의 인간애는 너무도 뜨거웠다' '광주는 정의의 다른 이름이 됐다' '광주로부터 배웠다'는 그의 발언은 오월의 상처를 치유했다.
기념식장 참석자들은 함께 울고 공감하며 다시 희망을 품었다. 1980년 오월처럼 '대동 공동체'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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