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월초부터 전략공천 요청했는데 아직도 정리 안 돼"
유승민 "손학규 출마의사 없어…공관위가 경선 결정"
안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손 위원장 전략공천에 대해 "월초부터 (나는) 손 위원장이 출마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달라고 당에 요청한 바 있다. 그런데 아직도 정리가 안 되고 있다"고 작심 발언했다.
송파을은 안 후보와 가까운 최명길 전 의원의 지역구로, 강남·서초구와 함께 '강남 3구'에 속한다. 보수 유권자들의 표심을 나타내는 바로미터인 셈이다. 중도보수를 표방하는 바른미래당으로선 이곳에서 당선자를 낼 경우 '자유한국당을 넘어서는 대안 야당'이라는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
당초 당내에선 박종진·송동섭·유영권·이태우 예비후보가 나란히 이 지역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안 후보 측은 이들로는 승리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보고 있다. 이후 공관위 심사 기간 동안 손 위원장 전략공천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이른바 '안철수계'와 '유승민계'가 알력다툼을 벌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실제 유승민 공동대표는 경선을 치러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손학규 전략공천'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유 대표는 이날도 기자들과 만나 "제가 알기론 손 위원장 본인은 출마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발언, 전략공천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그는 특히 기존 후보들의 경쟁력이 낮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런 논리라면 우리가 후보를 낼 데는 아무 데도 없다"고 날을 세웠다.
안 후보와 유 후보가 이처럼 송파을 공천을 두고 상반된 입장을 보이면서, 이미 활동을 종료한 공관위 논의 과정을 둘러싸고도 이견이 나오고 있다. 당장 기존 후보들로 치르는 '송파을 경선'에 대해 유 후보는 "공관위가 경선으로 결정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안 후보 측은 "경선을 포함한 공천 관련 사항을 일괄적으로 지도부에 위임한 것"이라고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당내 안 후보 지지 세력은 이를 두고 "안 후보 지역구였던 노원병을 바른정당 출신인 이 위원장에게 내줬는데 송파을은 (유 대표가) 양보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또 유 대표가 손 위원장 전략공천을 거부하며 '공관위 결정사항'임을 강조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유 대표 논리라면) 이 위원장은 1차 공천에서 탈락했는데 다시 붙여준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 위원장 공천 과정이 이미 '원칙'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반면 유 대표 측과 가까운 바른정당 출신 인사들은 "(안 후보 측 인사들은) 김 교수가 사퇴하고 나서 노원병에 이 위원장이 혼자 남았는데도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며 단수공천을 미뤘던 사람들"이라고 묵은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또 "원칙을 안 지키는 건 안 후보 측"이라고 비난한다.
바른미래당은 송파을 공천 문제를 결정하기 위해 지난 15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릴레이 비공개 최고위를 진행했지만 지도부 간 합의를 보지 못했다. 바른미래당은 이에 일단 오는 18일 저녁 재차 비공개 최고위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할 방침이다.
안 후보 측은 최대 승부처에 출마한 안 후보가 직접적으로 전략공천을 요구하고 나선 만큼 유 대표가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유 대표 역시 공개적으로 전략공천 반대 의지를 피력한 만큼 추가적인 비공개 최고위에서도 역시 진통이 예상된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안 후보가 그동안 아무 말을 안 하다가 오늘 (손학규 전략공천을) 작심하고 얘기한 것"이라며 "사실상 손 위원장 공천이 아니면 공천을 하지 말라는 최후통첩을 던졌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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