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피린은 단순히 해열, 진통제의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아스피린을 꾸준히 복용하면 혈액을 묽게해 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줄이고 대장암 등 일부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예방약으로 복용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아스피린은 1897년 독일의 염료·화학약품 회사인 바이엘에서 근무하던 펠릭스 호프만 박사가 개발한 약이다. 호프만 박사는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던 부친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연구하다 아세틸살리실산을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피터 로스웰 교수팀에 따르면 매일 75㎎의 저용량 아스피린을 지속적으로 복용한 사람은 먹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근경색, 뇌경색을 20%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또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 연구팀이 성인 남녀 13만명을 대상으로 32년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아스피린을 복용한 환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대장암 사망률이 30% 낮았다. 또 전립선암 사망률은 23%, 폐암 사망률은 14%, 유방암 사망률은 11%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아스피린은 피가 묽어지는 작용을 해 보통사람보다 상대적으로 출혈이 잘 되기 때문에 관련 질환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보고에 따르면 아스피린은 위나 대장의 출혈을 50~100% 증가시키고, 뇌출혈도 35~60% 증가시킨다. 또 쉽게 멍이 들고 속이 불편한 증상이 자주 생기고 발치 등의 작은 시술에도 출혈이 생기고 피가 잘 멈추지 않을 수 있다.
특히 나이가 많을 수록, 소염진통제를 같이 복용할 수록, 위에 헬리코박터균이 있을 수록 이런 위험은 더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아스피린이 득과 실이 공존하는 만큼 이를 잘 따져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의 예방목적만으로는 일반적인 성인에게서는 아스피린 복용이 출혈성 질환 등 득보다는 실이 많은만큼 권유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진호 교수는 "기본적으로 한국인은 아스피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심근경색의 발생이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들보다 훨씬 적고 상대적으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사람도 그만큼 적다"며 "반면 한국인은 서양인들보다 뇌출혈이 훨씬 많아 아스피린의 부작용이 많다는 것을 고려할 때 아스피린을 더 조심해 엄격한 기준 하에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일본에서 60세 이상 성인 1만4464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에서도 아스피린은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당뇨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서 심뇌혈관 질환의 발생을 의미있게 낮추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박 교수는 "이미 심근경색 또는 뇌경색을 앓은 사람이나 심근경색의 위험이 커 스텐트 시술을 받은 사람은 재발을 막기 위해 아스피린을 필수적으로 먹는 것이 좋다"며 "반면 단지 비만하다거나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또는 당뇨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아스피린을 먹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은만큼 먹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비만이면서 흡연도하고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도 있는 등 한번에 많은 동맥경화의 위험을 가진 사람은 위험 정도에 따른 판단이 필요하므로 전문의 상담이 필요하다"며 "건강검진 등에서 경동맥 초음파나 심장혈관 CT 등에서 동맥경화성 변화가 관찰된 경우에도 다른 동반 위험인자 등에 따라 아스피린 복용의 득과 실을 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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