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재량휴업'…무너진 교권에 빛바래는 스승의 날

기사등록 2018/05/14 14:50:54
【청주=뉴시스】인진연 기자 = 존경의 대상이자 감사의 대상으로 표현되는 선생님의 존재가 이제는 교권침해를 넘어 무너진 교권의 현실을 대변하는 시대가 돼버렸다. 2018.05.14 (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
【청주=뉴시스】인진연 기자 = 존경의 대상이자 감사의 대상으로 표현되는 선생님의 존재가 이제는 교권침해를 넘어 무너진 교권의 현실을 대변하는 시대가 돼버렸다.

 수업 중 떠드는 학생에게 주의를 준 교사가 학생에게 폭행을 당하거나 욕설을 듣는 일은 이미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스승의 날을 폐지해 달라'는 교사의 청원이 올라올 정도다.

 뜻깊은 기념일로 여겨져 왔던 스승의 날이 오히려 교사들에게 큰 부담을 안겨주다 못해 차라리 없어져야 할 날로 인식되는 셈이다.

 이런 교육계의 인식을 대변하듯 14일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5개 초·중·고교는 아예 스승의 날인 15일, 재량휴업을 선택했다.

 실제로 충북 초·중·고교에서 일어난 교권침해사례는 2013년 71건, 2014년 35건으로 줄었으나 2015년엔 99건으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해는 학생에 의한 피해 1건, 학부모에 의한 피해 3건, 제삼자에 의한 피해 1건, 교직원에 의한 피해 4건 등 모두 9건의 교권침해가 발생했다.

 보람차야 할 교단이 위험한 곳으로 변하다 보니 '이참에 교편을 놓자'고 마음먹는 교사도 줄지 않고 있다.

 충북에서 명예퇴직 형태로 교단을 떠난 교원은 2013년 242명에서 2014년 367명, 2015년 278명, 2016년 115명, 2017년 114명 등이다.

 교육재정에 따라 명퇴 규모가 정해지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명예퇴직을 원하는 교원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도내 한 고교 관계자는 "사제 간의 정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사회 변화에 따른 부담 때문에 4~5년 전부터 스승의 날 재량휴업을 하고 있다"며 "학부모와 학생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교사들은 오히려 편하게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연수 활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교사에 대한 존경이 사라진 사회의 변화가 서글프지만, 내년부터는 사제의 정을 키우기 위한 사제 탁구대회나 사제음악회 등의 사제 간 활동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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