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1년 ]강남 집값 제동 건 ‘정책 트로이카’…조지스트가 대세

기사등록 2018/05/10 06:01:00 최종수정 2018/05/12 21:44:40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김현미 국토부 장관, 시민사회그룹 삼각공조

헨리 조지 사상에 공감하는 '조지스트들', 종합부동산세 강화에 방점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조국 민정수석과 김수현 사회수석이 23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18.04.23.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올 들어  강남 4구의 집값이 주춤거리는 등 문재인 정부의 고강도 규제가 먹혀들면서 이른바 ‘강남대첩’을 주도해온 진보성향의 정책그룹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은 아파트 등 부동산 소유의 불평등을 사회정의를 뒤흔들고 양극화를 부추기는 악의 뿌리로 보고 토지초과이익세 부활, 양도세 중과 등 개혁의 칼날을 휘두르며 부동산 불패신화를 허물 태세다. 

 이러한 진보성향 정책그룹의 좌장이 김수현(57) 청와대 사회수석이다. 김 수석은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운전대를 쥔 실세 중의 실세로 평가받는다. 노무현 정부 출범 후 국정과제비서관, 국민경제비서관, 사회정책비서관, 환경부 차관을 지내는 등 국정운영의 경험이 풍부한 백전노장으로 평가받는다. 김 수석은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세종대 도시부동산 대학원 교수를 거쳐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청와대 사회수석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는 20대 시절부터 판자촌 철거반대운동에 참여하고, 30대에는 빈곤 문제를 연구하는 한국도시연구소에서 활동하는 등 일찌감치 부조리한 현실에 눈을 떴다는 평가다. 

 학계, 시민사회단체의 ‘조지스트’들도 정부 정책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축이다. 시민사회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 '토지+자유연구소' 소장, 토지정의시민연대 정책위원장 등을 지낸 전강수 대구카톨릭대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가 대표적이다. 참여연대 출신인 강병구 재정개혁특위 위원장(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도 빼놓을 수 없다. 이태경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도 눈길을 끈다. ‘조지스트’는 19세기 후반 미국에서 활약한 사회운동가 헨리 조지의 사상을 추종하는 진보성향의 인물들을 뜻한다. 이 미국인은 사회가 눈부신 발전을 하면서도 빈곤이 해소되지 않는 이유로 토지소유의 불평등을 꼽았다. 또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가 토지세를 높이고 다른 세금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미(57) 국토교통부 장관도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을 이끄는 트로이카 그룹의 또 다른 축이다. 김 장관은 1987년 평화민주당의 말단 당직자로 출발해 3선 의원을 거쳐 장관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2년간 국회 기획재정위 간사를 하며 문 대통령의 눈도장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최초의 여성 국토부 장관이자 강남과의 전쟁을 이끄는 야전 사령관이다.

  이들 트로이카가 주목을 끄는 데는 한풀 꺾인 강남 집값이 주효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쏟아진 규제에도 우상향하던 집값 상승세가 지난 3월 중순 이후 서서히 둔화되고, 강남4구의 아파트 매매값 또한 하락반전하자 강남대첩을 사실상 주도해온 이들의 ‘삼각 공조’에 관심이 쏠린 것이다. 물론 삼각공조의 중심축은 김 수석이다. 그가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밑그림을 그린 ‘총 연출자’라면, 김 장관은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토지초과이익세를 비롯한 고강도 규제를 쏟아내며 김수석을 뒷받침한 주연급 조연에 가깝다는 평이다. 시민사회단체는 보유세 강화의 필요성을 정치권에 압박하고 여론전도 펼치고 있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물을 마시고 있다. 2018.05.03.  ppkjm@newsis.com
이들은  보수정부 10년간 와신상담의 세월을 보냈다. 이명박 정부 출범 뒤 보유세가 허물어지는 것을 지켜봤다. 패인도 복기했다. 아파트 공급부족론이 위력을 발휘하며 민심이 이반한 데다, 우군인 진보진영 마저 후분양제 도입 등 가격앙등의 본질과 거리가 먼 주장에 기울며  참여정부를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았다는 게 이들의 진단이다.  또 종합부동산세를 신설하면서도 그 반대급부로 소득세나 거래세를 낮추지 않아  조세저항 등 민심이반을 초래한 점도 또 다른 패인으로 꼽는다. 부동산과 금융이 하나로 섞이는 세계경제의 추세를 이해하지 못한채 산업화 시대의 개혁 과제에 매달렸다는 자성도 단골메뉴다.

 보수-진보 양측이 세대결을 펼칠 최대 승부처는  보유세 개편 문제를 논의할 재정개혁특위가 될 전망이다. 보유세는 토지 소유자들의 불로소득 등 지대 추구 행위를 가로막아 계층 갈등을 줄이고, 생산요소의 가격도 낮춰 한국경제의 활력을 높이는 정의로운 세금이라는 것이  조지스트들의 진단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어떤 방향으로 결론이 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번에도 관건은 아파트값 추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매매가가 보유세 개편 이후에도 가파르게 오른다면 개혁추진동력이 약해진다. 참여정부 5년간(2003~2007년)이 반면교사다. 이 기간중 아파트 매매가는 30.83%, 연평균 6.17%올랐다. 출범 첫해인 2003년 아파트 매매가는 9.5%상승했다. 이어 2004년에는 -0.6%로 뒷걸음질했다.  한해 전 10월29일 발표한 주택시장안정대책이 먹혀든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매매가는 ▲2005년 다시 5.8%상승한 데 이어 ▲2006년 13.8% ▲2007년 2.2% 각각 올랐다. 집값 급등은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으며 가뿐 숨을 몰아쉬던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숨통을 끊었다.

 범 진보진영이 얼마나 결집할 지도 승부를 가를 변수다.  시민사회단체 상당수는 여전히 현정부 정책이 대증요법에 불과하다며 각을 세우고 있다. 민심의 두 얼굴을 헤아리며 머뭇거리는 정부를 상대로 철저한 개혁을 주문한 것이다. 경실련은 10일 “비싼 집값을 낮추기 위해서는 값싸고 질좋은 공공주택 확충, 투기를 조장하는 선분양 폐지, 불로소득을 용인하는 부동산 세제 정상화 등이 진행돼야 한다”며 “하지만 이러한 근본대책에 대해 문재인 정부는 부정적이거나 신중하고, 공약에도 대부분 빠져있다”고 지난 1년을 평가했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상희(왼쪽 넷째) 의원과 정강자(왼쪽 셋째) 참여연대 공동대표 등 관계자들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정론관에서 참여연대 헌법 개정안 입법청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02.27. yes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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