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은 지난 7일 전용기를 타고 중국 랴오닝성 다롄을 방문했다. 중국 왕이(王毅) 국무원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평양에서 만나 시 주석의 전갈을 받은 지 나흘 만에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깜짝 방중은 시 주석이 왕이 부장을 통해 초청 의사를 전하면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북중 정상 간 두 번째 만남이 갑작스럽게 추진됐다는 점만으로도 관계의 밀접함을 읽어내기에 충분하지만, 김 위원장이 이틀간 중국에 머물며 보낸 일정을 보면 더욱 확실해진다. 첫날에는 정상회담과 연회를, 둘째 날에는 해변 산책과 만찬을 연이어 가졌다. 김 위원장이 중국에 도착해서 떠날 때까지 모든 일정을 북중 정상이 함께한 셈이다.
시 주석이 김 위원장을 중국의 전략적 요충지인 다롄으로 초청해 통상적인 정상 간 만남 이상의 친교 시간을 연출한 배경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지만, 중국이 동북아 패권을 쥐고 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또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 영향력을 과시함으로써 향후 북한 비핵화 국면에서 한·미와 함께 핵심 당사국으로서 목소리를 내겠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발신했다는 평가다.
동북아 냉전 시대가 종식되고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기 위한 첫 과제인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지역전략의 성패가 좌우될 거라는 점까지도 염두에 뒀다는 관측이다.
미국 측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귀국하자마자 시 주석과 통화를 하며 북중 정상 간 2차 회동 결과를 들었다.
미중 정상은 통화에서도 보이지 않는 기싸움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안보에 대한 우려도 일리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에 책임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도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이에 백악관은 홈페이지에 게재한 성명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영구적으로 폐기할 때까지 대북제재를 지속하는 게 중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이행 조치가 수반되지 않은 초기 단계의 비핵화 합의 선언만으로는 대북제재를 해제할 생각이 없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으로는 미국 독자제재의 영향권에 있는 중국까지 압박하기 위한 의도까지 있다는 분석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과 중국 중에서 어느 쪽이 북핵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의 주도권을 쥐는가 하는 것은 미중관계의 미래와 연결되어 있다"며 "이번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북미 정상회담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서 최대한의 역량을 보여주며 역내 패권을 확보하려 할 거라는 전망이다. 이를 통해 남중국해 분쟁 등 미국과 연관된 문제에서도 주도권을 최대한 잡고 가려 할 거로 보인다. 미국은 이에 맞서 6자회담 등 중국 중심의 다자협의체가 아닌 북미 양자 중심의 문제 해결을 추구하며 동북아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려 할 거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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