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매매가·전셋값 하락세…건설사 입주 리스크에 긴장

기사등록 2018/05/05 06:00:00

올해 입주물량이 사상 최고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 올 연말 강동구에 생기는 새 아파트에 입주를 앞둔 A씨는 최근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걱정이 크다. 그는 원래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전세로 내어 주고 받은 돈으로 분양 받은 아파트의 잔금을 치르려 했으나 최근 전셋값이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서다. 아파트를 매각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지만 최근 정부 규제에다 최근 입주 물량까지 많아 집값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최근 강남4구를 중심으로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가 휘청하고 전셋값도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입주시장까지 불똥이 튈지 건설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가뜩이나 올해 입주물량이 사상 최고치에 달하는 상황이다보니 입주리스크는 커질대로 커진 상태다. 만약 입주 예정자들이 잔금을 치르지 못해 입주가 지연될 경우 건설사들의 재무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상황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의 대출규제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의 영향으로 집값 상승세는 둔화되고, 전셋값은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일부 대단지를 중심으로 중도금을 치르는 데 어려움이 나타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새 아파트를 분양받은 가정은 살고 있는 집을 전세로 내놓거나 팔아서 얻은 자금으로 중도금을 내게 된다. 
 
 하지만 집값이 떨어지면 재무 상황이 악화된 분양가구가 중도금 대출 상환에 실패할 수 있다. 만약 입주 예정자가 채무 이행하는데 실패하면 대출 보증을 선 시공사 또는 시행사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도 손실을 피할 수 없다. 이른바 '입주리스크'다.

 입주리스크가 불어나면 '입주대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아파트 가격이 오히려 분양가를 밑도는 상황으로 이어졌고 계약자가 아파트 입주를 포기해 미분양이 속출하기도 했다.

 건설업계는 아직 입주리스크를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만 "앞으로 집값 하락이 지속될 경우 그런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더구나 올해 예정된 아파트 입주물량은 43만9611가구로 역대 최대치다. 지난해(38만3820가구)보다 14.5%(5만5791가구)나 늘었다. 과잉 공급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선 곳도 있다.

 한화건설이 지난 2월부터 이달까지 입주하는 2400세대 대규모 기업형 민간임대주택 '수원 권선 꿈에그린'의 경우 지난달 말 입주율이 60%를 넘어섰다. 회사측은 입주 속도가 다른 아파트에 비해 느린 것은 아니지만, 단지의 규모가 워낙 커서 잠재된 입주 리스크도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한화건설은 중도금 납입 기한을 한 달 연장하고, 입주청소 업체와 연계 할인, 하자·보수 상담 인력 대폭 충원 등을 통해 입주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입주 마케팅을 시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안정세를 보일수록 향후 1000세대 이상 대단지를 중심으로 입주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건설사들의 대응도 바빠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가 '집값 잡기'에만 골몰할 것이 아니라 부동산 시장에 대한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ijoino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