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을 뛰어넘는 수위의 농담을 던지며 회담 분위기를 주도한 김 위원장은 전 세계에 '파격'과 '유머'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심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이뤄진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저희 때문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참석하느라 새벽잠을 많이 설쳤다는데 (이제는) 새벽에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되셨겠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으로 우리 정부가 수차례 새벽 NSC를 소집했던 상황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김 위원장은 웃으며 이 발언을 꺼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께서 새벽잠을 설치지 않도록 제가 확인하겠다"며 "원래 평양에서 문 대통령을 만나게 될 줄 알았는데 여기(판문점)에서 만나니 더 잘된 것 같다. 분단선이 높지도 않은데 많은 사람이 밟고 지나다보면 없어지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농담에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께서 우리 대북특별사절단이 (평양에) 갔을 때 선제적으로 말씀을 해주셔서 앞으로 발 뻗고 자겠다"고 화답했다.
김 위원장의 거침없는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김 위원장은 "오늘 만찬을 위해 어렵사리 평양에서부터 평양냉면을 갖고 왔다"며 "문 대통령께서 편한 마음으로 멀리서부터 가져온 평양냉면을, 멀다고 하면 안 되겠구나.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 위원장의 재치가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군사분계선(MDL)에서 예정에 없던 월경을 했다. 당시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쪽 땅을 밟을 것을 제안했고, 문 대통령이 즉시 응하지 않자 먼저 손을 잡고 문 대통령을 북쪽으로 이끌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오른발을 뻗어 군사분계선을 넘어갔고 약 10초 후 김 위원장과 다시 남쪽으로 돌아왔다.
윤 수석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군사분계선으로 걸어온 김 위원장과 악수를 나누며 "(김 위원장이) 남측으로 오셨는데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느냐"고 물었고, 김 위원장은 이에 먼저 군사분계선을 넘어와 남한 땅을 밟은 뒤 "그럼 지금 넘어가볼까요"라며 문 대통령의 손을 잡아끌었다.
남북 정상이 군사분계선을 오가는 극적인 장면이 연출되자 이를 지켜보던 취재진들 사이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 장면은 이날 정상회담 분위기를 끌어올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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