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90% 핵능력 완성…'비핵화 선조치'는 현실성 떨어져"
"비핵화 합의 이행, 단계적으로 하되 압축적 이행을"
전봉근 국립외교원 안보통일연구부 교수는 이날 일산 킨텍스에서 진행된 '비핵화·평화 정착 및 남북관계 발전' 주제 전문가 설명회에서 "핵무장을 하려는 국가는 안보불안, 체제불안 때문"이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이를 되풀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이어 "(김 위원장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으로부터 북한의 체제불안, 안보불안에 대한 구체적 (해소) 방법을 제시 받기를 기대한다"며 "구체적으로 미북 관계 개선, 수교 개시, 상호간 연락사무소 개설, 상호간 절대 공격하지 않겠다는 정상 간 선언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도 "북한은 90% 정도의 핵능력을 완성했다고 본다"며 "지금 상황에서 북한에 (비핵화의) 선 조치를 요구하며 그 다음에 보상한다는 입장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북한의 입장에서 봤을 때 미국도 취할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며 "핵심은 평화체제로 대표되는 내용들이다. 체제 안전 보장을 실질적으로 취한다는 차원에서 미국도 그 약속에 대한 준비가 돼야 한다"고 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나아가 "북한과 미국의 수교뿐만 아니라 북한과 일본의 수교가 필요하다. (여기에) 러시아와 일본의 평화조약까지 포함된다면 한반도에서 전반적으로, 나아가 동아시아의 냉전구조 해체가 완성된다"고 했다.
조 위원은 아울러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 체제 안전 보장을 결의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그는 "이런 부분은 북한의 비핵화가 완료될 때 가능하다고 보지만 평화 공존 제도가 되면 체제 안전 보장의 진일보된 형태가 나올 것이다. (그러면) 북한도 비핵화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대응에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수교에 대한 모든 권한은 미 의회에 있다"며 "미국 행정부와 미국 의회의 사전 조율이 있어야 하는데 그 조율이 얼마나 빨리 되고 잘 되느냐에 따라 북한에 대한 체제 보장, 비핵화에 대해 나름대로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북 정상회담 합의 이행을 위한 국내 정치권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당부도 있었다.
조성렬 위원은 "남북 간 합의가 있을 때 우리 내부적으로 이런 부분들을 행정부의 결정만이 아니라 국회 동의 절차를 거쳐 법규범적으로 확립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당파적 이익을 넘어 민족적 이익, 한반도 냉전 문제 해체라는 역사적인 사명을 위해 초당적 협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남북 정상회담 의제인 비핵화의 '기준'에 대해서는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전봉근 교수는 "핵확산금지조약(NPT)상 5개국(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 외엔 법적, 국제정치적으로 누구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줄 수 없다"며 "북한은 핵무장을 했지만 영원히 핵보유국이 될 수 없다. 북한의 지위는 불법적 핵무장국"이라고 규정했다.
전 교수는 이어 "북한이 핵무장을 하고 있는 한 국제사회와 안보리의 비확산 제재를 영원히 받을 수밖에 없다"며 "북한이 결단을 내려 제재를 벗어나고자 한다면 완전한 비핵화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게 국제사회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했다.
그는 아울러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선언에 대해서는 "영어 표현으로는 dismantlement(분해·해체)인데 그런 절차가 완료되고 우리가 그것을 검증할 수 있게 된다면 비핵화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김용현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두 사람이 통 큰 결단 속에서 비핵화에 대한 합의를 한 다음 이행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어차피 (비핵화) 이행은 한꺼번에 되기 어렵다"며 "그래서 단계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그렇지만 그 단계는 최대한 축소시켜 압축적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imzer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