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만의 컴백 '솔리드' 정재윤·이준·김조한, 그런데 추억이 아닌 새로움

기사등록 2018/04/23 18:38:18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1, 2년 밖에 안 지난 것 같은데 21년이 지났네요. 저희에게는 마치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는 영화인) '인터스텔라'처럼 느껴져요. 어제 팬미팅을 했는데 예전에 뵀던 분들이 다 계셔서 신기하기도 했어요."(정재윤)

1990년대를 풍미한 그룹 '솔리드'가 새 앨범 '인 투 더 라이트'를 발매하고, 21년 만에 활동을 재개한 지 한달이 지났다.

23일 오후 만난 세 멤버인 프로듀서 정재윤(46)·DJ 겸 래퍼 이준(46)·메인 보컬 김조한(45)은 "상당히 재미있다. 옛날 생각도 나고. 팬들을 21년 만에 만난 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하다"고 입을 모았다.

솔리드는 한국에 R&B와 힙합을 소개한 선구자로 통한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인투 더 라이트' 역시 새로운 스타일이다. 80년대 신스팝 등 레트로 사운드를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낸 모던함이 일품이다.

정재윤은 어느새 중학교 3학년이 된 딸에게 자신이 만든 곡을 들려주며 젊은 감각을 닦고 벼르고 있다고 했다.

"딸에게 누가 만들었는지는 알려주지 말고, 친구들과 객관적으로 들어달라고 해요. 하하. 친구들이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 90년대에 앞서가는 시도를 하려고 했는데, 21년 후에도 역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 거 같았어요."

그러면서 MBC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 DJ 배철수(65)의 평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저희들이 다시 '추억팔이'를 하러 나온 것이 아니고 '새로운 음악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씀을 해주셨다"고 귀띔했다.

솔리드가 가장 자부심을 갖고 있는 건 자신들이 싱어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라는 점이다. 정재윤은 "현재 미국을 비롯한 세계 팝 시장을 보면, 싱어송라이터의 프로젝트가 많이 없어졌다"고 했다. 프로듀서의 기획형 팀들이 많이 나온다는 이야기다.

"가요계에서 일종의 '수제' 같은 만든 음악을 들고 나왔죠. 트렌드를 보고 '트렌드를 하자'라고 하면 이미 늦어요. '반발짝'이라도 앞서 가야지 타이밍이 맞습니다. 2018년에도 새롭다는 말을 듣는 것이 뿌듯해요."

R&B 등 흑인음악의 테두리에만 가둬놓고 보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정재윤은 "김조한씨 같은 경우는 어떤 노래를 불러도 R&B스러워요. R&B를 만들지 않아도 솔(soul) 느낌이 묻어나지요"라면서 "그냥 우리 음악이 솔리드였으면 합니다"는 마음이다.

"(솔리드의 대표 히트곡으로 댄스 장르인) '천생연분'은 당시 EDM이었고, '넌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야'는 록 발라드였죠. 솔리드라는 그룹은 여러 가지 대중음악을 시도하는 팀이에요."

김조한도 "최근 비틀스 음악을 많이 듣는데 특정 장르만으로는 그들의 음악을 설명하는 건 힘들다"면서 "우리 역시 다양한 곡이 있고, 솔리드 음악"이라고 확인했다.

그간 미국에서 사업 등으로 인해 연예활동을 접었던 이준은 팬들의 환호가 아직도 어리둥절하다. "연예인이라는 걸 잊고 있었어요. 팬미팅을 할 때 '오빠'라고 환호하실 때 '나한테 왜 이러지'라는 생각과 함께 되게 어색하고, 좀 쑥스러웠습니다"며 껄껄거렸다.
 
솔리드의 여전한 인기를 확인한 건 1996년 이후 22년 만에 여는 콘서트다. 5월 18~20일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열리는데 당초 2회 공연이 예정됐다가 순식간에 매진, 1회 공연이 추가됐다. 멤버들은 기존에 보여주지 못한 모습을 이번에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김조한은 "정재윤은 기타리스트로 시작을 했어요. 이번에 그 진가를 보여줄 겁니다"라고 예고했다. 정재윤은 "이준은 가장 앞서갔던 DJ였어요. 그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보여줄 겁니다"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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