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14일 첫 설치, 1371일 간 같은 자리에
남녀노소 발길 이어져…시민 집결 공간 자리매김
다수 외국인 방문 "참사 기억 장소 마련 인상적"
보수측 "광장에 흉물" "즉각 철거" 시설물 훼손도
서울시 존치 여부 협의…유족측은 "당분간 유지"
15일로 광화문광장 세월호 천막은 설치 1371일에 이르렀다. 세월호 천막은 참사 89일 뒤인 지난 2014년 7월14일 유가족 5명이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 특별법을 제정해달라는 요구와 함께 단식농성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세워졌다.
당시 유가족들은 분향소 2개, 진실마중대 1개 등 모두 3개의 천막을 설치했다. 이후 정부에서 서울시를 상대로 의료지원, 식수 등 편의제공을 요청했으며, 시의 지원으로 천막 수가 모두 14개로 늘어난 때도 있었다.
세월호 천막은 참사를 기억하려는 시민들이 오가면서 상징적인 의미를 더해갔다. 보통 오전 7시30분에 문을 열어 오후 6시 넘어까지 운영되는 분향소는 직장인들과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장소가 됐다.
지난 13일에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남단에 세워진 세월호 천막 주변에는 추모객들 발길이 이어졌다. 이들은 분향소를 참배하거나 천막 주변을 돌아보면서 참사의 의미와 희생자에 대한 애도를 표현하는 모습이었다.
경기 여주에서 왔다는 박은경(40)씨는 천막을 돌아보면서 "화가 난다. 정말 비참한 사건이고 비극이라고 생각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참사를 기리고 현장을 보기 위해 천막을 찾았다"며 "왜 아직도 많은 것들이 밝혀지지 못하는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박씨의 딸 강서진(12)양은 "그때를 알 수 있는 이런 장소가 마련되어 있어 좋은 것 같다"며 "대통령이 왜 이런 일을 몰랐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화가 난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장송회(40)씨는 "세월호 참사가 어떤 사건이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됐으며,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알리는 장소가 됐다"며 "시민들은 물론 외국인들도 분향을 한다"고 전했다.
또 "광화문 세월호 천막이 지난해 촛불혁명의 출입구 역할도 했다고 본다"며 "광장이 존재하는 이유를 세월호 천막 농성장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정권에서 벌어진 국정농단 사태를 규탄하고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 또한 천막 근처에서 열렸다. 당시 주요 집회 구호 가운데 하나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또 천막 인근에서는 매주 수요일 추모 미사가 열렸으며, 다양한 문화제가 펼쳐지는 시민의 집결 장소로 활용되기도 했다.
아울러 한국을 방문한 많은 외국인들이 한 번 쯤은 둘러보는 장소가 되면서 천막은 세월호 참사를 기리는 대외적인 장소로 자리를 잡았다.
13일 분향소를 찾은 독일인 헨릭(Henrik·30)씨는 "세월호 참사를 뉴스에서 보고, 한국에 들른 김에 분향소를 찾아와 봤다. 세월호 참사는 비극이라고 생각한다"며 "많은 사람들이 사건을 기억할 수 있도록 이러한 장소가 마련돼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라고 말했다.
노란 리본이 부착된 신발을 신고 세월호 천막을 돌아보던 이스라엘 출신 일란(Ilan·65)씨와 지오나(Ziona·65)씨 부부는 "노란 리본은 실종자들이 살아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상징 아닌가"라며 "끔찍한 사건을 알릴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일부는 집회 과정에서 세월호 천막 인근을 위협하고 시설물을 훼손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달 1일 광화문광장에서 개최한 집회에서 해치마당 인근에 모여 "세월호 천막을 부수러 가자"고 외쳤다.
그러면서 천막 인근에 있던 8.5m 높이의 '희망 촛불' 조형물을 쓰러뜨리고 불을 질렀다. 해당 조형물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민족미술협회 회원들이 만든 것이다.
앞서 친박근혜(친박) 단체인 국민저항본부는 중구 시청 앞 광장에 설치한 불법 천막이 서울시 측의 행정대집행으로 지난해 5월30일 철거되자 세월호 천막과 형평에 맞지 않다고 강력 반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시 측에서는 세월호 천막은 정부에서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했던 것이며, 광장 남쪽 일부 공간만을 사용하고 있어 전체 광장의 기능을 훼손할 정도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반면 세월호 참사의 상징적 존재가 된 천막을 당분간 유지하면서 사건을 기려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또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적을 둘러싼 이른바 '세월호 7시간'의 실상이 일부 검찰 조사로 밝혀졌으나 여전히 미궁인 부분이 있어 전면 재조사 등을 통해 모든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천막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앞서 검찰은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오전 10시20분께 첫 보고를 받고 오후 2시15분까지 침실에 머무른 것으로 조사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오후 5시15분께 방문했다가 6시께 관저로 복귀했다고 한다.
세월호 단체 관계자는 "참사의 진상이 명확히 밝혀지고 후속 조치가 취해진다면 천막을 유지하라고 해도 안 하지 않겠나"라며 "아직 제대로 규명이 안 됐다는 것이 유족이나 단체의 주된 입장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s.wo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