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철군 시, 아사드·러시아 역내 권력 강화 유발
트럼프, 시리아 추가 공습 또는 강경 군사행동 가능성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시리아에서 이끌어 온 대테러 작전이 거의 완료됐다며 지난달 공개적으로 철군 의사를 밝혔지만 이번에 반군 거점 두마에서 발생한 화학무기 공격은 현지 안보 상황과 권력 구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불과 1년 전 미국이 화학무기 응징을 이유로 시리아 정부군에 공습을 가했음에도 똑같은 상황이 재발한 데다, 러시아의 시리아 내전 주도권은 갈수록 강해지고 있어서다. 현 상황에서 철군은 미국에 득보다 실이 많다는 지적이 많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위치한 에미리트 외교 아카데미(EDA)의 무르하프 주에자티 교수는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지금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수하는 건 역내외에 엄청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서방 지지를 받는 시리아 반군을 비롯해 이스라엘, 사우디 아라비아 등 중동 내 미국의 동맹국들은 러시아가 시리아를 중동의 전략적 거점으로 삼으려 한다며 이를 견제하려면 미군의 역내 주둔이 긴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을 비롯해 미군 장성들 역시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세력 재확장 예방과 러시아·이란 견제가 가능한 시리아 내전 해법 도출이 중요하다며 철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미국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트위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조속 철군 발언이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화학무기 사용을 촉발했다며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약속은 아사드를 담대하게 만들 뿐"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4월 시리아 칸셰이쿤에서 시리아 정부군 소행으로 의심되는 화학무기 공격이 발생하자 시리아 군기지 공습을 단행했다. 때문에 이번에도 트럼프가 군사 행동 가능성을 검토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NBC뉴스는 두마 화학무기 사태는 시리아에서 철군할 때가 됐다는 트럼프 대통령 주장의 기반을 약화시킨다며, 트럼프의 트위터만 보면 그가 적어도 상징적 의미의 응징 공습을 고려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1년 전 공습으로도 아사드의 화학무기 사용이 저지되지 않았다는 점이 명백해졌기 때문에 트럼프로선 또 한번 상징적 행동에 나서거나, 국제사회에 강한 이미지를 보내기 위해서라도 한층 강력한 군사 행동을 취해야 할 거라는 지적이다.
나아가서 두마 사태는 시리아 내 미군의 역할을 재고하게 한다. 미국 군사개입의 목표가 IS 격퇴이기는 하지만 궁극적으론 내전에 갈기갈기찟긴 시리아에 안정이 구축돼야 이를 달성할 수 있다.
미군 철군은 아사드를 지지하는 러시아와 이란의 역내 영향력 강화로 이어질 테고 이는 아사드의 권력을 더욱 공고하게 만든다. 그만큼 국제사회가 아사드에 내전 기간 벌어진 인권 탄압과 화학무기 의심 공격 책임을 묻기도 어려워 진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시리아 정권의 무차별적 민간인 살상과 화학무기 공격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여러 차례 채택하려고 했지만 상임이사국 중 하나인 러시아의 반대로 번번히 무산됐다.
러시아는 아사드 정권이 아닌 시리아 반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하고 있으며, 서방 중심의 안보리가 불공평한 기준으로 시리아 화학무기 사태를 조사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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