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학회장, 뉴시스와 인터뷰
"게임업계, 학부모들의 아픔을 이해하려 노력했나 반성"
"게임이 인생의 도움이 된다는 사실로 인식 바꿔나가야"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이제는 게임회사가 나서야"
【서울=뉴시스】이종희 기자 = "게임업계는 1987년 6월 항쟁의 교훈을 떠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 지도부는 폭압적인 정권에 맞서 비폭력으로 싸워나가며 국민들을 끈기와 정성을 가지고 설득했잖아요. 국민들이 동의했기 때문에 6월항쟁이 민주화의 시발점이 됐습니다. 업계도 게임의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국민을 끈기와 정성으로 설득해야 합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학회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20여년이라는 짧은 연륜을 가진 한국게임의 히스토리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산증인이다.
지난 5일 서울 역삼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의 목소리는 절절했다. 위 학회장은 "수렁에 빠진 느낌"이라며 인터뷰 내내 게임업계가 스스로 나서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위 학회장은 왜 민주화를 떠올리며 한국게임의 위기에 대해 운을 뗐을까. 그는 자신을 '386'세대의 일원이라고 말했다. 1964년에 광주에서 태어나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경험한 당사자다. 그가 나온 광주 대동고는 민주화 운동 희생자가 나온 학교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당시 학내 시위를 주도하다가 정학당한 경험이 있습니다. 학내 시위를 하려고 700명이 모였는데 경찰들이 어떻게 알고 들이닥쳤는지 교내로 진압을 위해 들어왔어요. 학생들은 경찰을 보고 광주를 떠올리며 분노했어요. 서로 대치하기 일보 직전, 협상을 하자고 하더군요. 2학년 반장들이 협상을 위해 교장실로 들어가자 경찰에게 연행됐어요. 연행되는 차 안에서 안기부로 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안심했습니다. 물론, 엄청 두들겨 맞았어요."
위 학회장은 사회에 대한 정의감과 공부밖에 모르던 고등학생 시절을 떠올리며 잠시 멋쩍게 웃었다. 그는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오락실, 만화방, 영화관이 학생출입이 금지된 3대 '악(惡)'이었다며 게임을 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런 '열혈청년'이 어떻게 게임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을까.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한 것은 대학교 입학 이후 였습니다. 입학 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갤러그를 처음 접했어요. 충격이었습니다. 날아다니는 파리가 저를 죽이다니요. 그때 감정은 분노였어요. 갤러그를 어떻게든 깨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학기정도 빠져 살았어요. 그러니깐 어느정도 실력이 나오더군요."
위 학회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에게 대학시절 접한 게임의 기억은 매우 강렬하게 남았다. 경영학을 깊이 탐구하며 관심을 가진 것은 '혁신전략'이었다. 한국에서 게임사업이 태동하던 유학시절, 콘솔위주로 돌아가는 일본의 게임산업과 한국을 비교할 수 있던 기회였다.
"혁신전략이 제 주전공입니다. 유학시절은 한국에서 막 PC방이 태동하고 온라인 게임이 등장하던 시기였죠. 혁신이론에 따르면 기존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새로운 상품의 등장을 이해하지 못하다는 내용이 있어요. 50년 동안 쌓여온 혁신이론의 결론이죠. 당시 일본이 그랬어요. 일본은 콘솔위주로 게임 시장이 형성됐습니다. 온라인게임이라는 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더군요."
위 학회장은 혁신이론을 설명하면서 새로운 상품의 등장을 받아들이고 성장한 기업이 '위대한 기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게임업계가 온라인 게임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은 한국에게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일본 콘솔개발자에게 강의를 진행했을때 였어요. 그랬더니 일본 개발자들의 반응이 온라인 게임은 게임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온라인 게임은 이용자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게임을 완성해 가는 게임이잖아요. 완성되지 않은 게임은 게임이 아니라는 거에요. 콘솔게임은 마치 영화와 비슷한 콘텐츠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감독의 시선을 그대로 관객에게 전달하는 영화처럼 게임도 유저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고 개발자의 관점이 제일 중요하다는 인식이었습니다. 특히, 당시 최초 온라인 게임인 넥슨의 '바람의 나라'를 보면서 이것도 게임 그래픽이냐는 대답도 나왔습니다."
위 학회장의 예상처럼 게임 선진국이었던 일본에서 온라인 게임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이후 한국에서 온라인 게임의 성장은 눈이 부셨다. 온라인 게임의 약진으로 한국 게임은 글로벌 진출까지 이루었다. 게임산업은 연매출 11조, 수출만 5조에 이르는 산업이 됐다. 그러나 게임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자식이 대학을 어디를 가느냐가 중요합니다. 자식의 대학 등급에 따라 자신의 사회적 위상도 강해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에 빠진 자식이 성적이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교육제도와 평가방법과 긴밀히 연관이 있습니다. 이런 일차적 문제는 당장 해결이 어렵겠지만 게임사가 학부모의 아픈 마음을 이해해하려 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게임학회 내 법제도 분과는 최근 학부모 10여명을 모셔서 게임에 대한 집단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는 학부모들의 적대감이 드러난 자리였다. 위 학회장은 그 분노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분노를 이해하고 게임이 아이들의 인생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게임이 가진 좋은 점을, 장기적으로 당신의 아들의 인생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해야 합니다. 게임이 결코 인생의 적이 아님을 증명해야 합니다. 제가 2003년도에 게임으로 공부를 하는 지러닝(G-learning)을 도입한 적이 있습니다. 지러닝을 통해 게임을 접한 친구들은 오히려 게임중독지수가 점점 떨어지더 군요. 지러닝으로 아이들이 공부를 스스로 하겠다고 말하자 학부모들도 점점 게임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서로 서로 공부를 퀘스트를 깨고 전략을 연구하면서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게임업계는 잠잠하다. 공정위의 확률형 아이템 제재,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 중독 질병 코드 등재 문제가 연일 화두지만 정작 스스로의 노력은 전무하다. 이런 사건들이 터질 때 마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대되지만 게임개발자들이 전면에 나선 경우는 단 한 번도 없다.
"요새 게임회사들이 문화재단을 유행처럼 만드는데 과연 부정적 인식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용자나 학부모에게 물어보세요. 문화재단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정말 개발자들이나 게임 회사가 중심이 돼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그분들이 앞장서 게임개발자 만 명이 국회 앞에서 데모를 한다. 그럼 저는 만세를 외치겠습니다. 20년 역사에서 개발자가 전면에 나선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문제 해결도 되지 않았습니다. 질병코드 등재와 확률형아이템은 핵폭탄 같은 이슈입니다."
위 학회장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이제는 쉬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20여년 동안 외형적으로 성장한 게임산업을 보며 흐뭇한 순간도 많았지만, 문제 해결에 직접적으로 나서지 않는 게임회사를 보며 지쳤다고 토로했다. 그는 최근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NHN엔터테인먼트 CEO에게 공개적으로 원탁회의를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응답은 없다. 그는 마지막까지 게임회사의 자성을 촉구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니다는 말이 있습니다. 대국민 호소라도 해야합니다. 게임업계의 문제는 게임회사가 해결할 수 있습니다."
2papers@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