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우수협력사 "골든타임 끝나가…50만 생존 위태"

기사등록 2018/04/05 14:55:51

정부·산은, 산업기반 붕괴 막기 위해 즉각적 자금지원 결정해야

한국지엠 없으면 GM본사의 납품 불가능…협력업체 줄도산 위기

【서울=뉴시스】한주홍 기자 = GM의 우수부품업체들이 5일 한국자동차산업회관에서 한국지엠의 경영정상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2018.04.05
【서울=뉴시스】한주홍 기자 = 한국지엠 부품협력업체들이 노사 간 조속한 협상 타결과 정부의 신속한 지원을 촉구했다.

 GM 우수 부품업체들은 5일 한국지엠 부품협력업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와 함께 한국자동차산업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지엠 노사는 하루 속히 신차가 배정되고 신기술이 도입돼 공장가동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대타협의 정신으로 협상을 완료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우수 부품업체 31곳은 GM본사로부터 글로벌 최우수협력업체상(SOY·Supplier of the Year) 을 수상한 업체다. SOY는 전 세계에 있는 GM 본사 1차 협력업체 2만여곳 중 매년 기술, 품질 등을 평가해 100여곳이 선정된다. SOY 업체로 선정될 경우 GM 본사의 전략적 파트너가 되고 신규 부품 수주에 우선권을 받을 수 있다.

 이들은 "한국지엠 경영정상화가 이해당사자 간 원만한 조정 지연으로 골든타임을 놓쳐 해결이 늦어진다면 한국지엠 협력업체 직원과 그 가족 50만의 생존과 생계에 직결된 사안"이라며 "조속한 협상타결을 해줄 것을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와 산업은행에도 대승적인 결단을 통한 신속한 자금지원을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와 산은은 현 한국지엠 상황은 한 기업 문제가 아닌 산업생산, 수출, 고용창출 등 한국경제에 기여도가 높은 산업기반의 붕괴와 관련이 있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즉각적 결단으로 자금지원을 해 현 상황을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천일엔지니어링 조환수 대표는 "한국지엠이라는 든든한 우산이 사라지면 최우수협력업체의 지속적 수출성장 및 한국 중소기업들이 세계부품시장으로의 진출이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SOY 업체 대표들도 현 상황을 우려하며 신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창문 개폐장치와 도어 모듈을 생산하는 광진기계 권오철 대표는 "GM 본사의  납품 실적을 바탕으로 피아트-크라이슬러, 폭스바겐, PSA(푸조시트로앵그룹), 르노-닛산까지 납품을 시작했고 올해는 포드에도 확대될 거라 예상한다"며 "해외 비즈니스 성공을 위해서는 글로벌 GM의 납품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엔진 부품을 생산하는 김은희 서울정밀 부사장은 "GM 본사의 선진화 품질 시스템과 공장 운영 시스템에 힘입어 2015년 포드에도 납품을 성사시켰다. GM 본사가 포드에 저희 회사를 추천해준 덕분이었다"며 "한국지엠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많은 회사가 연쇄도산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뉴시스】한주홍 기자 = 5일 열린 한국지엠 우수부품업체들의 '한국지엠 조기 경영정상화 촉구' 기자회견에서 조홍신 오토젠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2018.04.05
차체를 만드는 조홍신 오토젠 대표도 "저희 회사의 한국지엠 의존도는 70~80%수준"이라며 "한국지엠이 철수하면 업체들이 받는 여파가 대단하다. 철수하게 되면 그 영향을 저희가 고스란히 당한다.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협력업체 가동률이 현재 50~70%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가동률이 70% 이하로 떨어지면 적자로 돌아선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지엠에 납품하는 1차 협력업체는 318곳으로 이중 86개사는 100% 한국지엠과의 거래에만 오롯이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한국지엠에만 의존하는 업체도 150여개에 달한다. 한국지엠이 파산하게 되면 이들 업체는 모두 줄도산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비대위에 따르면 2016년 한국지엠이 연 12조원의 매출을 올렸을 당시 협력업체들은 5조 2000억원의 매출에 GM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한 직수출로 2조 5000억원을 벌어 총 7조 7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부품업체들은 "GM 본사로의 수출이 가능한 건 한국지엠이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지엠이 없다면 GM 본사로의 수출은 거의 제로에 가까워질 것이라 본다"고 토로했다. 

 한 부품업체 관계자는 "외국회사들이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가동률이 떨어져서 회사가 어렵게 되면 결국 수주 경쟁에서 국가적 리스크 부분에 나쁜 점수를 받아 신규 비즈니스 기회가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이날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회사가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처해 있어 6일로 예정된 성과급을 지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지엠 사태의 분수령이 될 노사 간 '2018년도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은 지난달 30일 7차 본교섭에서 합의점 도출에 실패한 이후 일정조차 잡지 못한 상태다.

 ho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