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성 강한 선수들, 적극·섬세한 수비 부족하다는 지적
【서울=뉴시스】박지혁 기자 = 프로농구 전주 KCC가 벼랑 끝에 몰렸다.
KCC는 3월31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의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2차전에서 80-89로 패했다.
시리즈 2패째로 한 번만 더 지면 탈락이다. 역대 4강 플레이오프에서 1·2차전을 모두 패한 팀이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질 때 지더라도 무기력한 게 더 문제다. 2차전 막판 작전타임에서 드러났듯 총체적 난국이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FA) 최대어 이정현을 영입하며 우승후보 0순위로 꼽혔지만 단기전에서 결국 미비한 완성도가 발목을 잡은 모습이다.
이기기 위한 농구는 수비로 풀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앞선 2경기, 인천 전자랜드와의 6강 플레이오프 5경기를 보면 KCC의 수비는 갸우뚱하게 한다.
정규리그에서는 이를 초월하는 공격력으로 승수를 쌓을 수 있었지만 단기전은 다르다.
KCC는 SK와 2차전에서 3점슛 11개를 얻어맞았다. 특히 승부처였던 4쿼터에서 6개를 허용했다. 이날 SK가 시도한 3점슛은 무려 30개. 속공과 지역방어에서 많은 시도가 이뤄졌다.
'하승진 딜레마'가 있다. 하승진은 221㎝ 최장신 센터지만 스피드가 강한 팀에 약점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특히 수비에서는 미들레인지나 3점슛 능력을 가진 빅맨과 일대일로 매치업하기 쉽지 않다.
SK는 4강을 앞두고 승리를 위해선 높이의 열세가 있더라도 하승진을 최대한 많은 시간 뛰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빠른 공수전환이 가능하고 제임스 메이스, 김민수, 최부경의 슈팅 능력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KCC가 불가피하게 지역방어를 사용하는 측면이 있다.
그런데 지역방어가 매우 허술하다는 지적이 많다. 패스 1~2회에 너무 쉽게 오픈 기회를 허용한다. 5명이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못한다.
한 관계자는 "정상적이고 적극적인 지역방어는 대인방어보다 체력소모가 더 크다. 그런데 KCC의 지역방어는 선수들이 수비 때 쉬기 위해서 서는 것처럼 보일 정도"라고 혹평했다.
하승진의 부족한 활동 폭을 탓할 순 없다. 그로 인해 절대적인 높이를 챙기기에 약점은 생기기 마련이다. 나머지 4명의 움직임이 더 중요한 이유다.
남녀 프로농구를 직접 비교하기 어렵지만 과거 여자프로농구에서 전성기를 구가했던 신한은행은 하승진의 누나이자 최장신이었던 하은주(202㎝)를 데리고 막강한 수비력을 선보였다.
지역방어에서 하은주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이 움직임을 훨씬 많이 가져갔다. 하은주와 더블포스트를 서는 정선민을 비롯해 45도 지점에 서는 진미정, 전주원 등이 하은주가 커버할 수 없는 부분까지 움직였다. 당연히 체력 소모는 매우 컸다.
대인방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정현, 안드레 에밋, 찰스 로드, 전태풍 등 주축 대부분은 공격 성향이 매우 강하다. 아무래도 수비에서 적극성이 떨어지고 디테일이 부족하다. 수비 스페셜리스트 신명호를 활용하지만 혼자로는 힘들다.
상대 스크린에 걸렸을 때, 스크리너 뒤로 빠지다가 슛을 허용하거나 속공 수비에서 자기 마크맨을 찾지 못하는 것들로 나타난다. 공격력만 믿고 임기응변식 수비를 펼치기에 SK의 전력이 매우 탄탄하다.
KCC 입장에서는 안타깝지만 SK는 대인방어에도 자신이 넘쳐 보인다. 최준용, 최부경, 안영준, 김민수 등 200㎝에 육박한 장신 포워드 라인이 모두 포스트업을 할 수 있어 미스매치를 활용하기 좋다는 자체 분석을 내놨다.
어떤 타이밍에 어떤 디테일한 수비 전술을 펴고 센터 하승진을 어느 시기에 투입해 장점을 극대화할지는 전적으로 추승균 감독의 몫이다. 그리고 코트에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한 발 더 뛰며 집중하는 것은 선수들의 몫이다. 득점보다 리바운드, 스크린 하나가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KCC가 쉽게 무너질 팀은 아니다. 두 팀의 3차전은 2일 오후 7시 KCC의 홈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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