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현주 기자 = 여성 영화인들이 만드는 진짜 여성 이야기가 극장가를 물들이고 있다.
히어로물의 판도를 뒤집은 '원더우먼', 남성 사회에서 당당히 한 축을 살았던 '박열' 속 후미코, 전통적인 여성상을 탈피하며 독보적 여성 캐릭터를 선보인 '레이디 맥베스'와는 다른 특별할 것 없는 보통 여자들이 주인공들로 '소공녀', '레이디 버드' '렛 더 선샤인 인'이 3편이 눈길을 끈다.
꾸밈 없고 허황되지 않은, 진솔한 이야기가 특징이다. 여성 감독과 여성 배우로 구성된 이 작품들은 오히려 ‘여성 영화’라는 칭호가 어색하게 보인다. 주인공들은 성이라는 굴레에 억압 받지도, 자리를 탈피하기 위해 노력하지도, 영웅이 되려 노력하지도 않는다. 영화계는 '여성’이라는 화두를 이어가고 있는 동시에 ‘여성 영화’의 새로운 진화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지난 22일 개봉한 '소공녀'는 전고운 감독의 데뷔작이다. 주인공 ‘미소(이솜)’는 ‘좋아하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집’을 포기한다. 좋아하는 것들이란 한 잔의 위스키, 한 모금의 담배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친구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느라 가난한 사람들에게 춥고 지독한 서울에서 만난 게 그래도 반갑다는 말이 하고 싶어서”라고 연출 의도를 밝힌 전 감독의 말처럼 이 영화는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세대들에게 건네는 안부와 같다.
4월4일 개봉하는 '레이디 버드'는 '쓰리 빌보드'와 함께 2018 아카데미를 들썩이게 한 그레타 거윅의 첫 영화로 감독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
지어진 이름이 아닌 자신이 만든 이름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크리스틴 ‘레이디 버드’ 맥퍼슨(시얼샤 로넌). 그녀는 오늘도 당당하게 나로써 살아가고자 힘쓰는 우리의 모습을 닮았다.
'렛 더 선샤인 인'은 앞의 두 감독과 달리 이미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확보한 클레어 드니 감독의 신작이다. 그간의 작품 세계와는 확연히 다른 노선을 걷고 있는 이 작품은 ‘이자벨(줄레엣 비노쉬)’의 단편적인 만남을 쫓는다.
수많은 이들에 의해 말해지고 있지만 무시되고, 헐뜯어지고, 웃음거리가 되어 왔던 ‘사랑의 담론들’을 기재한 롤랑 바르트 '사랑의 단상'을 각색한 작품이다.
미술 작가로 평판이 높은 ‘이자벨’의 고민은 일도 뭣도 아닌 사랑이다. 그녀는 사랑에 있어 쿨하지도, 성숙하지도 심지어 지고지순 하지도 않다. 하지만 그 감정을 애써 숨기지도 숨길 생각도 없는 데 오히려 본인에게 쏟아지는 무한한 운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삶의 주인공은 바로 나 자신이니까.
“항상 완벽하고 싶어하는 캐릭터에 싫증이 난다. 누구나 그렇게 될 수는 없지 않나”라는 '렛 더 선샤인 인' 클레어 드니 감독의 말처럼 그저 우리가 보아왔던 우리의 모습을 동시대인의 구성원으로써 전한다. 26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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