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결혼을 준비 중인 B씨는 구매대행을 통해 커피머신을 저렴하게 샀지만 얼마 후 고장으로 인해 사설수리업체에 문의한 결과 수리비용이 새 제품의 가격만큼 청구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구매대행을 통해 청소기를 구입한 C씨는 오작동으로 인해 한국 애프터서비스(AS)센터로 수리를 요청했지만 유·무상 수리가 불가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21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해외 직구를 통해 가전제품을 구입하는 일이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불량이나 AS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해외 직구 건수는 2359만건, 21억1000만 달러(약 2조2000억원) 규모로 전년보다 각각 35.6%, 29.1% 증가하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것은 진공청소기, 컴퓨터부품 등 전자제품류로 전년 대비 80% 증가했다. 가정용 청소기의 경우 252%의 증가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해외 직구는 매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지만 동시에 직구나 구매대행을 통해 구입해 피해를 보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온라인 해외구매 관련 소비자 불만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총 1만5118건이 접수돼 전년(9832건) 대비 53.8% 증가했다.
해외 직구로 인한 불만 중 제품하자, 품질, AS, 배송 등으로 인한 피해사례는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피해 구제는 현실상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게 한국소비자원의 분석이다. 해외 직구의 경우 사업자 등록이 해외로 돼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국내 소비자기본법 등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 제품은 국내 제품과 다른 부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해당 국가에서 부품을 공수해야 하는 등 AS가 까다롭다. 국내 전력환경과 다른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돼 고장률이 높고 품질보증이 불가한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탈리아 가전 수입사인 스메그코리아에 따르면 해외 직구 및 구매 대행에 따른 불량제품에 대한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 또 아울렛, 리퍼, 교환, 반품상품 등 비정상 제품을 정상품으로 속여 해외 판매자에게 판매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본사를 통해 정식 수입하는 정품이 아닌 경우 품질보증은 어렵다는 게 스메그코리아의 설명이다. 본사를 통해 판매되고 있는 제품에 대해서는 내·외부 상태, 기능 검사 등을 실시하고 검품과 배송, AS까지 모든 인력을 정직원으로 채용해 AS에 나서고 있지만 해외 직구 제품의 경우 이 같은 서비스를 적용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커피머신 브랜드인 네스프레소의 경우에도 국내에서 출시한 제품과 동일한 사양과 전압일 경우 유상으로 서비스를 받을 수는 있지만 다양한 이유로 수리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스메그코리아 관계자는 "본사 제품의 경우에는 대형 가전제품과 반죽기, 커피머신까지 전문엔지니어가 직접 방문수거하고 있다"며 "스메그 오븐의 경우 직접 배송부터 설치, 온도체크, 사용 설명과 유상 클리닝서비스 등이 제공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직구 및 구매대행의 경우 구매가격은 국내보다 저렴할 수 있으나 피해 발생시 구제가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공식 수입하는 국내 법인을 통해 정식 구매 후 서비스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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