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난다. 이번 회동은 우리나라도 참여 의사를 밝힌 사우디 원전 건설 사업과도 관련이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AFP통신 보도에 따르면 빈 살만 왕세자는 향후 20년간 원자력발전소 16기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첫 사업으로 올해 말까지 1400MW급 원자로 2기를 건설하는 200억 달러(약 21조4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을 계획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중국, 프랑스, 러시아 등 여러 나라의 기업이 수주전에 가세했다. 사우디는 올해 4월까지 2~3곳의 예비 사업자 명단을 발표한다.
우리나라는 원전 건설 경험이 풍부하고 기술력이 높아 유력 후보 중 하나다. 하지만 이 사업을 따내기 위해 각국 정상들까지 발벗고 나서고 있어 상황을 낙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 사업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나 중국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미국으로서는 사업을 수주하기 위한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핵확산 방지를 위해 사우디의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연료 재처리를 허용하지 않고 있어 사업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미국 원자력법 123조에 따르면 미국의 원자력 기술을 사용하는 나라가 우라늄 농축 등을 하려면 미 정부와 의회의동의를 받아야 한다
사우디는 미국이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연료 재처리를 허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우디 정부 관계자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이란에도 우라늄 농축 권한을 줬는데 이보다 나쁜 조건을 우리가 수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현지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동에서 사우디에 우라늄 농축 조건 등을 완화하는 방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사우디에 우라늄 농축을 허용할 경우 중동 지역 핵확산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또 미국의 동맹인 이스라엘이 사우디의 핵개발을 강하게 경계하고 있다.
에드 마키 민주당 상원의원(매사추세츠)은 이날 성명을 통해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사우디의 핵개발은 전력 생산 목적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의심해 왔고, 사우디 왕세자는 이를 확인했다"며 "미국은 사우디와 123조에 대해 타협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킹스턴 레이프 무기통제협회 군축 정책 담당 국장은 미국 의회전문매체 더힐과의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협상과 사우디와의 거래를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이란은 협상 전에 이미 우라늄을 재처리할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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