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전기차용 전지 교두보될 '칠레 리튬 프로젝트'는

기사등록 2018/03/12 14:29:35
【서울=뉴시스】

 美앨버말 통해 칠레 광산서 리튬 저가 공급 예정
 글로벌 리튬 확보 경쟁 치열…전기차 시대 대비
 삼성SDI, 리튬 양극재 기술 개발 적극 나설 방침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삼성SDI와 포스코가 참여한 컨소시엄이 칠레 정부가 발주한 리튬 공급 프로젝트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는 전기자동차 시대 도래를 앞두고 최근 전 세계적으로 리튬 확보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일정 기간 안정적인 소재 공급처를 마련한 것이어서 의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와 포스코는 미국의 리튬 공급 업체인 앨버말(Albemarle)사를 통해 리튬을 공급받게 될 전망이다.

 앨버말은 칠레 정부로부터 채굴권을 확보하고, 삼성SDI·포스코는 합작 법인을 설립해 앨버말로부터 일정량의 리튬을 공급받게 된다.

 해당 사업은 칠레 생산진흥청에서 리튬이온배터리 사업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것이다.

 벨기에와 캐나다 등 다수 국가에서 수주에 참여했으나 최종적으로 삼성SDI·포스코, 중국 푸린, 칠레 몰리멧 등 3곳이 포함된 컨소시엄이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삼성SDI와 포스코는 약 575억원을 들여 칠레 북부 메히요네스에 양극재 생산을 위한 합작 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법인이 설립되면 2021년부터 칠레 광산에서 채굴되는 리튬을 저가에 공급 받아 매년 3200만t 규모의 전기차 전지용 재료를 생산하겠다는 것이 두 회사 측 계획이다.

 채굴되는 리튬은 앨버말 측을 통해 삼성SDI·포스코, 푸린, 몰리멧 등에 분할 공급된다. 구체적인 공급 가액은 추후 협의를 통해 별도로 책정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

 삼성SDI는 이번 사업 참여로 전기차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리튬은 전기차용 전지를 제조하기 위한 필수 원료로 꼽힌다. 현재 주류 기술인 리튬이온전지가 주로 양극에 위치한 리튬 산화물의 산화·환원 반응으로 전류를 생성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리튬이 전 세계적으로 편중돼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기차를 준비하는 주요 기업들은 리튬 확보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특히 중국 쪽에서 적극적인 모습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따르면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은 약 1400만t 규모로 추정된다.

 그런데 절반 이상은 볼리비아와 칠레 등 남미에, 나머지 매장량 가운데서도 30% 이상은 중국·미국·호주 등 특정 지역에 밀집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아울러 현재 리튬은 이번에 삼성SDI 컨소시엄과 연계된 앨버말을 비롯해 칠레 SQM, 중국 티엔치 리튬(天齐锂业), 미국 FMC 등 이른바 주요 4개사 위주로 시장에 공급되고 있다.

 이들 4개 업체에서 공급하는 탄산리튬 규모가 전체의 60~70%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공급 업체가 한정적인 가운데  미국 테슬라는 파나소닉과 제휴를 맺고 네바다주에 기가 팩토리를 건설하면서 북미 신규 사업을 통해 리튬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도요타는 사업 제휴 등을 통해 아르헨티나 등지에서 생산되는 리튬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비야디(BYD)는 지난 2010년 리튬 광산·전지·전기차에 대한 수직 계열화를 하면서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형성했다.

 중국 컨템포러리암페렉스테크놀로지(CATL)는 합작사를 세우고 정부와 원자재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중국 간펑(Ganfeng)도 호주의 매리언(Marion) 광산 개발 사업 지분 43.1%를 보유하고 안정적인 공급 환경을 구축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리튬 확보 경쟁이 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보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미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전기차 등에 활용할 목적으로 리튬을 찾는 기관·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리튬과 관련해 "수요는 증가하는 상황인데 신규 생산지에서 얼마나 생산을 할지, 개발 프로젝트가 양산에 성공할지 등 여러 부정적 요소가 존재한다"며 "탄산리튬 가격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일 전망이며, 주요 공급 업체 또한 이를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제시했다.

 삼성SDI는 이번 사업을 통해 리튬 가격 상승에 대한 불안을 일부 해소한 셈이다. 아울러 이 회사는 신기술 개발을 통한 원가 개선에도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리튬이온전지의 양극재 소재의 비율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용량을 늘리고 원가 변동성을 낮추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리튬이온배터리 양극재는 니켈·코발트·알루미늄, 니켈·코발트·망간 등의 성분이 함유된 리튬 화합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상대적으로 전지 산업과 가격 연계성이 큰 코발트 비중을 줄이고, 니켈 함량을 높이겠다는 것이 삼성SDI 측 전략이다.

 이를 위해 회사 측은 리튬이온전지 양극재에서 종전 코발트 비중을 20%에서 10% 이하로 낮추고 상대적으로 니켈 비중은 늘린 '하이니켈 양극소재'를 개발 중이다.

 또 코발트 비중을 낮추는데 따른 성능 영향을 최소화하는 보완 기술 개발에도 나서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리튬이온전지 양극재에서 니켈은 상대적으로 제품 용량, 코발트는 안정성 측면에서 유리한 특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SDI 측은 "이번에 세워질 합작 법인을 전기차용 전지를 위한 안정적인 소재 공급처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리튬 이외에도 최근 급등하고 있는 코발트 가격 위험을 피하기 위한 차세대 소재 개발, 재생 사업 등도 적극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리튬이온전지 양극재 시장은 2020년까지 86만t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체계(ESS) 등 전방 산업이 발전하면서 전지 시장도 크게 커질 것"이라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소재 확보, 공급망 관리 등과 같은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예정이다"라고 강조했다.

 s.wo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