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마약성 진통제 제약사들, 의사들에 뇌물 제공 논란

기사등록 2018/03/12 13:40:00
【서울=뉴시스】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마약성 진통제 제품포장에 과다복용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강력한 경고를 붙이기로 결정했다고 2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사진은 경고 대상 중 한 제품인 바이코딘. <사진출처:http://www.painkiller-addiction.org> 2016.03.23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미국에서 매년 수 만명이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 과다 복용으로 사망하고 있는 가운데, 오피오이드 제조업체들이 이를 처방하는 의사들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제약회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는 대신 약을 처방하는 것은 불법이다.

11일(현지시간) CNN이 미국 하버드대학 연구팀과 함께 제약회사가 의사들에게 지불하는 비용과 의사들이 메디케어 수혜자들에게 쓰는 처방전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14년~2015년 81만1000명 이상의 의사가 메디케어 환자들에게 처방을 내렸고, 이들 중 절반이 오피오이드가 포함된 처방전을 작성했다.

오피오이드가 포함된 처방전을 쓴 의사들의 54%(약 20만 명 이상)는 제약회사로부터 돈을 받았다. 오피오이드 제조업체들은 의사들에게 연설, 상담, 기타 서비스 등을 이유로 수 십만 달러를 지불했다. 같은 기간 수 천명의 다른 의사들은 2만5000달러(약 2660만원) 이상을 받기도 했다.

연구팀은 오피오이드를 많이 처방할 수록 제약회사로부터 더 많이 돈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용량별로 오피오이드 처방 상위 25%에 드는 의사 중 72%가 돈을 받았고, 상위 5%는 84%가, 상위 1~10등은 95%가 돈을 받았다. 상위 1~10등에 드는 의사들은 평균 의사 연봉의 9배나 많은 돈을 벌었다.

하버드 연구팀은 의사들에게 한 제약회사의 약을 처방하도록 하기 위해 이 돈을 건넨 것인지, 아니면 이미 점유율이 높은 회사들이 의사들에게 감사의 의미로 주는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마이클 바넷 하버드대학 보건대학원 보건정책·관리 조교수는 "돈이 처방전을 위한 것인지, 처방전에 따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두 경우 모두 잠재적으로 악순환이 될 수 있다"며 "의사들에게 이렇게 많은 오피오이드 처방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낸다는 생각을 강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브랜다이스대학 사회정책경영대학원의 행동건강연구소 선임과학자인 앤드루 콜로드니 박사는 "오피오이드 제조업체와 의사들의 유착관계를 발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매우 중요하다"라며 "마치 의사들이 마약을 팔기 위해 뇌물을 받는 것처럼 보인다. 매우 충격적인 일이다"라고 말했다. 콜로드니 박사는 비영리단체 '책임있는 오피오이드 처방을 위한 의사회'의 상임이사를 맡고 있으며, 오피오이드 중독치료센터 피닉스하우스의 의료담당부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jaele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