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軍사이버사 블랙펜' 관련 경찰 개입 의혹 수사

기사등록 2018/03/12 11:34:53
경찰청, '軍사이버사 블랙펜' 관련 경찰 개입 의혹 수사

【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과거 경찰청 보안사이버수사대의 일부 요원들이 정부 정책에 반대한 네티즌을 색출하는 군(軍)의 작전에 개입한 의혹이 제기돼 경찰청이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청 보안국은 국군사이버사령부(군사이버사)의 '블랙펜(Black Pen)' 활동에 경찰이 개입한 의혹 등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12일 밝혔다.

 앞서 경찰청은 군사이버사 블랙펜 작전 관련 경찰 개입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 2월8일 보안국 자체 진상조사팀을 구성해 진상조사를 실시했다.
 
 경찰청 보안사이버수사대(현 보안4과), 서울·충남 지역 일선서 보안계, 국방부 사이버사 댓글 재조사 TF를 상대로 관련자료 일체를 수집·분석했으며, 2010년~2013년간 본청 보안사이버수사대 근무자들에 대해 조사와 면담을 진행했다.

 블팩펜은 군사이버사가 정부정책 등을 비판하는 '악플러' 색출을 위한 작전을 지칭하는 것으로, 군사이버사는 2011년 초부터 2013년 10월까지 종북·반정부·반군 세력 색출을 목적으로 블랙펜 분석팀을 가동했다. 당시 군사이버사는 악플러를 '블랙펜'과 '레드펜'이라는 위장 용어로 함께 썼고, 우익세력을 '블루펜(Blue Pen)'으로 지칭했다.

 경찰청 보안국 진상조사 결과, 2010년 당시 경찰청 보안사이버수사대장이던 A경정으로부터 군사이버사 '블랙펜' 자료가 담긴 휴대용저장장치(USB)를 입수했다.

 A경정은 지난 2010년 12월15일 경찰청 주관 유관기관 워크숍 종료 후 군사이버사 직원한테서 '블랙펜' 자료가 담긴 서류봉투를 전달받은 후, 그 때부터 2012년 10월5일까지 아내 명의로 개설한 이메일로 인터넷 댓글 게시자의 ID·닉네임·URL 등 1646개가 정리된 214개 파일(한글파일 209개, 엑셀파일 5개)을 전달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진상조사팀이 블랙펜 자료와 현 본청 보안4과(당시 보안사이버수사대), 서울·충남 일선서(보안계)의 관련 자료를 비교분석한 결과, 내사 1건 및 통신조회 26건이 일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경찰청 보안국은 진상조사를 수사로 전환하고, A경정이 받은 URL 등의 자료가 내사 혹은 수사 등에 활용됐는지 여부를 철저히 규명하기로 결정했다.

 진상조사팀이 군사이버사와의 블랙펜 관련 업무협의 의혹과 관련해 당시 두 기관의 수·발신 공문 및 출장내역 등 관련 자료를 조사한 결과, 경찰청 주관 유관기관 정기 워크숍과 군사이버사 주관 '사이버 위해평가 유관기관 회의' 등에 참석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블랙펜 관련 업무공조 등이 있었는지도 계속 확인할 예정이다.

 아울러 진상조사팀 조사과정에서 2011년 당시 경찰청 보안사이버수사대 직원들이 당시 상사로부터 정부정책에 대한 지지 댓글을 게시하도록 지시를 받아 일부 실행한 사실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2015년에도 경찰청 보안사이버수사대장이던 A경정이 댓글자료를 소속 직원들에게 제공, 댓글 게시자에 대한 내사를 진행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경찰청은 치안감 이상급을 단장으로 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단'을 구성,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하게 수사하기로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2011년~2012년간 경찰청 차원에서 댓글작업이 있었는지 여부, 경찰이 ‘블랙펜’ 관련 군 사이버사령부 자료를 내·수사 등에 활용했는지 여부 등을 정확히 밝혀 엄정 조치하겠다"며 "이와 같은 의혹 등이 또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불가역적(不可逆的)인 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pjh@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