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에서 개헌 비난 고조…"위안스카이 이후 최대 추문"

기사등록 2018/03/12 10:59:29
【베이징=AP/뉴시스】 시진핑 주석이 11일 주석직 임기 제한 구절을 삭제할 헌법개정안 표결을 앞둔 전인대 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2018. 3. 11.
중 학자, 임기 제한 폐지는 '역사적 퇴보'
 혁명원로 2세 출신 작가 "권력의 철창 사려져"
 칭화대 개헌 반대 현수막이 내걸려

【서울=뉴시스】문예성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 독재를 가능하게 한 개헌안이 11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통과된 가운데 중국 안팎에서 격렬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청년보 산하 잡지 ‘빙뎬’(氷点)의 전 편집장이자 학자인 리다퉁(李大同)은 12일 미국의소리방송(VOA)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개헌에 대해 “중화민국 역사에는 위안스카이(청나라 군벌)가 황제 제도를 부활시킨 부끄러운 사건이 있는데 최근 중화인민공화국 역사에도 이런 정치적 추문이 출현했다”고 밝혔다.

 리 전 편집장은 전인대 개막을 앞두고 베이징시 시장을 포함해 전인대에 참석하는 55명의 베이징 대표들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개헌에 반대표를 던질 것을 촉구한 바 있다. 그는 이로 인해 현재 당국의 철저한 감시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11일 전인대 표결에서 찬성 2958표, 반대 2표, 기권 3표가 나온 결과에 대해 그는 “개헌에 동의하지 않은 대표는 2명 뿐만이 아니라 더 많지만 당국의 고압정책에 따라 감히 반대표를 던지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들(전인대 대표)은 철저한 이기주의자들인데 5개 반대표가 나온 것을 보면 아직 5명의 '대장부'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리 전 편집장은 “한 국가에서 최고 지도자의 임기가 존재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통하는 정치 문명인데 이를 폐지한 것은 분명히 정치적 추문이자 퇴보”라면서 “헌법 수정안이 전인대를 통과했지만 반드시 민심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과학원 원사이자 유명 물리학자인 허쭤슈(91)도 홍콩 TV와의 인터뷰에서 시 주석의 장기 집권 시도는 위안스카이의 황제제도 부활보다 더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위안스카이는 개헌을 통해 합법적으로 황제의 지위에 올랐지만 결국 사람들의 온갖 비난에 직면해야 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해외에 있는 중국 유학생들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집권을 반대하는 ‘낫 마이 프레지던트#NotMyPresident 내 주석 아냐)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캠페인 포스터. (사진출처: 트위터) 2018.03.08
부모가 모두 혁명원로로, ‘훙얼다이(紅二代·혁명원로의 2세)’ 출신의 중국 유명 작가 라오구이는 공개성명을 통해 시진핑 주석은 ‘권력을 철창 속에 가두겠다’고 약속했는데 현재 임기 제한 폐지로 권력의 철창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쩌민과 후진타오도 헌법의 임기 규정을 철저하게 지켰는데 훙얼다이인 시 주석도 이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VOA는 또 중국 최고 명문대인 칭화대 법학부에서 최근 임기 제한 폐지에 불만을 표시하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이 내걸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편 최근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등지에서 공부하는 중국 유학생들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집권을 반대하는 ‘낫 마이 프레지던트#NotMyPresident 내 주석 아냐)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캠페인 주최 측은  "우리는 이번 연임제 폐지 시도는 중국을 제2의 문화대혁명으로 빠트릴 위험이 있는 만큼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sophis73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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