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실시된 이탈리아 총선에서 극우 동맹당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전진이탈리아당, 이탈리아 형제당 등 우파연합이 약 37%의 최대 득표율을 가져갔다. 단일 정당으로는 오성운동이 득표율 33%로 1위를 달성했다.
이탈리아에서 극우와 포퓰리즘 정당의 득세는 기성 정치에 불만을 가진 유권자들의 표심으로 해석된다. 마테오 렌치 전 총리가 이끄는 집권 민주당은 지난 2014년 총선의 절반에 불과한 23%로 득표율 3위에 그치며 굴욕적인 결과를 얻었다. 지속적인 경제성장 둔화와 높은 실업률, 이민자 문제 등에 대한 유권자의 단죄로 보인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더딘 회복을 보인 경제가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탈리아는 2008~2009년 그리고 2012~2013년 2차례에 걸쳐 경기후퇴를 겪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국가는 그리스와 이탈리아가 유일하다.
유로존에 가입한 이후 성장률이 저하되고 임금 인상은 지체됐으며 실업률이 상승한 것이 이탈리아에서 포퓰리즘이 부상한 원인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의회에 다수당이 없는 '헝의회’가 구성된 가운데 오성운동과 민주당이 정부구성을 위해 손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루이지 디 마이오 오성운동 대표가 최근 발표한 내각 인선안에 케인즈주의 경제학자 안드레아 로벤티니와 렌치 전 총리의 교육개혁에 기여한 살바토레 줄리아노가 재무장관 및 교육부장관 후보자로 이름을 올린 것도 민주당의 입장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빠른 정부구성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의회가 재개되는 오는 23일까지는 협상 타결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한편 최근 독일의 대연정 성사로 다시 추진력을 얻는 듯 했던 EU 개혁이 이탈리아 총선 결과로 또 한 번 좌초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탈리아가 향후 EU 개혁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포퓰리스트 정부가 EU 규정을 무시하고 무분별한 지출 증대를 실시할 것도 우려할 지점이다.
특히 이번 총선의 최대 의제였던 아프리카 이민자 문제를 두고 EU와 계속해서 갈등할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아프리카와 마주보는 이른바 '관문 국가’에서는 이민자 유입이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며 반이민 정서를 낳고 있다.
다만 앞서 오성운동 등이 주장했던 이탈리아의 EU 탈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번 총선에서 개별 정당으로는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오성운동의 루이지 디 마이오 대표는 선거에 앞서 "EU 탈퇴 문제는 고려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지금은 투자를 하고 이탈리아 경제를 다시 시작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