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국선변호인 눈물 변론 "업적까지 없애진 말길"

기사등록 2018/02/27 16:54:48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선변호인단의 박승길 변호사가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국정농단 정점' 박근혜 전 대통령 90차 공판이 연기되자 법원을 나서고 있다.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은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2017.11.27. taehoonlim@newsis.com
국선변호인단 박승길 변호사, 결심 최후변론
평창동계올림픽서 '문통' 부각 거론하며 울먹
"나라 위해 했던 일까지 없던 것 만들면 안돼"
 
【서울=뉴시스】김현섭 김지현 기자 = 박근혜(66) 전 대통령 '국정농단' 혐의 국선변호인이 27일 '눈물 변론'을 펼쳤다.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징역 30년, 벌금 1185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앞서 지난해 12월14일 열린 '공범' 최순실(62)씨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징역 25년(선고 20년), 벌금 1185억원(〃180억원), 추징금 77억9735만원(〃72억9427만원)을 구형한 바 있다.  

 5명으로 이뤄진 박 전 대통령 측 국선변호인단은 검찰 구형 후 주요 혐의별로 각각 최후변론에 나섰다.

 이 중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 모금 관련 변론에 나선 박승길(여·39기) 변호사는 "구체적 청탁 대가로 출연한 게 아니고 전경련 차원에서 기업들 모두 출연한다고 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는 법정에서 기업 관계자가 한 말"이라고 항변했다.

 기업, 전경련 측 증인들은 재판 과정에서 재단 지원을 거부할 수 없었던 것이냐는 질문에 대체로 "네"라고 대답했다.

 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기업 등 관계자들이) 대체로 강요의 피해자가 됐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기업들에게 왜 재단에 출연했느냐는 개방형 질문이 주어지지 않았던 것"이라며 "협박이 두려워 재단에 출연한 것인지 아무리 기록을 봐도 수긍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이번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마음이 상하는 순간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의 문'이라는 LED 디스플레이와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노래가 나오는 장면에서 아나운서가 '문으로 소통하네요. 문통이네요'라고 했다"며 "(아나운서가) 이런 말까지 해야하나 싶었다. 박 전 대통령은 헌 집이고 불통이며 사람을 생각하지 않은 대통령이고, 문재인 대통령은 높은 곳에서 환영과 박수를 받는다"고 언급했다.

 또 "그 이후 촛불집회 시민들이 행진하는 모습이 나왔다. 하지만 저는 박 전 대통령이 평창올림픽 준비를 수년간 하면서 비용과 시설 문제를 고민했고 우리 문화와 과학기술을 세계에 알릴 기회라고 여긴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박 변호사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우리가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일이 박 전 대통령이 나라를 위해 했던 일까지 없던 것으로 치부하고 감옥에 가두고 평가하지 않아야 가능하다는 것인가"라며 "부디 실수가 있었더라도 불철주야 대통령으로서 노력한 점과 사적 이익이 없었다는 점을 부디 감안해서 판결해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10월~2016년 1월 최씨 등과 공모해 전국경제인연합회 소속 18개 그룹으로 하여금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출연금 774억원을 강제 모금한 혐의 등 모두 18개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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