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대표하는 숱한 스타들이 모여 있는 선수촌에서도 박승희는 남부럽지 않은 스타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박승희의 선전을 기억하는 이들은 선수촌 식당 등지에서 박승희를 볼 때마다 사진기를 꺼내기 일쑤다. 박승희는 당시 쇼트트랙 대표로 출전해 2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래 전 종목을 바꿨지만, 쇼트트랙 선수들은 박승희를 볼 때마다 '쇼트트랙의 챔피언'을 먼저 떠올리는 듯하다.
9일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훈련을 마친 박승희는 "쇼트트랙 선수들이 엄청 부른다. 사진도 많이 찍고 있다. 너무 갑작스럽게 떠나서 그런지 나를 보고 싶었던 애들이 많은 것 같다"며 수줍게 웃었다.
영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 엘리스 크리스티(28)도 그 중 한 명이다. 박승희는 소치대회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에서 선두를 달리다가 크리스티의 방해로 넘어져 우승을 놓쳤다. 이 사건으로 크리스티는 한국 팬들의 엄청난 '악플'에 시달렸다.
대회를 앞두고 컨디션 조절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박승희는 동료들의 건강까지 신경 쓰느라 여념이 없다. 최근 유행하는 노로바이러스가 가장 큰 관심사다. 노로바이러스 유경험자로서 늘 신중을 기한다. 박승희는 작년 2월 강릉에서 열린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노로바이러스로 고생한 경험이 있다.
박승희는 "들어가면 내가 손 씻으라고 이야기를 한다. 한 번 노로바이러스에 걸리면 엄청 힘들다. 아직 다행히 걸린 사람은 없다. 예전에도 위생 대책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조직위원회에서) 신경을 좀 더 쓰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박승희는 선수촌에서 쇼트트랙 심석희(21), 스피드스케이팅 박지우(20·이상 한국체대) 등과 한 방을 쓰고 있다. 코앞으로 다가온 일전에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해있지만 정작 모이면 수다와 입촌 때 선물로 받은 윷놀이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분위기를 주도하는 언니 박승희의 배려에 최근 맘고생을 심하게 한 심석희도 빠르게 웃음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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