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등 주요 중앙은행들이 향후 공격적인 긴축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각국 국채의 수익률이 급등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현지시간) 글로벌 채권 시장의 매각세가 심화되면서 세계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10년 만기 미 국채의 수익률은 4년 만에 처음으로 2.7%를 돌파했다. FT는 이 같은 채권 매각 움직임이 그동안 이어져온 주식시장의 랠리를 반대 방향으로 돌리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세계경제가 일제히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각국의 주식시장도 달아올랐다. 올해 세계증시는 지난 1987년 이래 최고의 상승세로 출발했다.
그러나 그동안 잠자고 있던 인플레이션이 마침내 깨어날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미 연준과 ECB 등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그동안 경기부양을 위해 실시해온 양적완화를 축소하기 시작했다. 미 연준을 필두로 금리인상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월가의 투자자들은 채권 수익률이 지금처럼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증시의 랠리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채권 수익률의 상승은 기업들의 자본 조달 비용을 증가시킨다. 그동안 값싸게 자본을 조달할 수 있었던 기업들이 채권 수익률 상승과 금리인상으로 점점 큰 부담을 안게 된다. 주식 투자는 상대적으로 매력을 잃게 된다.
글로벌 채권 가격 종합지수인 FTSE의 세계지수(All World index)는 29일 0.6% 떨어졌다. 지난해 8월 중순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었다.
골드만삭스의 피터 오펜하이머 수석 글로벌 주식 전략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증시가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채권 수익률의 상승과 금리 인상의 영향이 곧 증시에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오펜하이머는 “증시가 당장 약세장에 진입하는 것은 아니지만 급격한 조정을 겪을 위험이 있다. 시장이 너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월가에서는 미 연준이 올해 예정대로 세 차례 금리 인상을 실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ECB 역시 경기부양 프로그램을 종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BOJ가 올 후반 쯤 그동안 실시해온 고단위 경기부양 정책의 강도를 낮출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각국 은행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채권 수익률을 끌어 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10년 물 미 국채 수익률은 29일 뉴욕 채권 시장에서 장중 한 때 2.73%까지 올랐다. 이는 지난 2014년 4월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같은 날 10년 물 독일 국채(분트) 수익률은 7bp(1bp=0.01%포인트) 오른 0.69%를 기록했다. 지난 2015년 11월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영국 국채(길트)의 수익률은 1bp 상승한 1.45%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 1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 투자회사 로이트홀트 그룹의 수석투자전략가인 짐 폴슨은 “많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광범위한 경기 회복이 진행되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박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들은 긴축정책을 내놓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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